8척 모두 목포·진해로 대피…"지도선 안전상 불가피" vs "어민 안전업무 소홀"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지난해 제주에서 출범한 해양수산부 산하 남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들이 태풍 내습 때마다 다른 지역 항구로 떠나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은 국가 지도선이 소형 어선들보다 먼저 대피해 안전관리 업무에 소홀한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4일 남해어업관리단에 따르면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제주로 북상하던 지난 1일 오전 10시부터 어업관리단 소속 지도선 10척 중 부산에서 고장 수리 중인 2척을 제외한 8척이 모두 차례로 제주항을 나섰다.
이후 태풍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목포항에 6척, 진해항에 2척이 정박해 대피했다.
남해어업관리단은 제주항의 부두들은 구조적으로 중형급 태풍 이상이 내습하면 안전한 대피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 부두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1천t급이나 그 이하인 어업지도선은 수천t에 이르는 해경 함정보다 규모가 작고 복원력이 좋지 않아 태풍 내습 시 해상에서 안전업무에 투입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는 태풍의 진로에 놓여 있는데도 제주항은 높은 파도가 유입돼 대피하기에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며 "지난해 여름 출범 이후 지도선이 다른 곳으로 대피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실정을 어민들에게 평소에도 설명하며 이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이 대피를 시작한 지난 1일 오전에는 소형 어선 110여 척이 제주 연·근해에 떠 있었다.
국가어업관리선 운용관리규칙에 따른 보호 대상인 어민들을 바다에 남겨둔 채 어업지도선이 먼저 대피를 시작한 것이다.
해당 규칙 제4조(지도선 임무) 1항에 따르면 지도선은 어선 안전조업 지도 등 해난 사고 방지를 위한 업무에 투입되게 됐다.
여기에다 항·포구 순찰, 어선 대피 유도 등 육상에서의 안전관리도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선어민 김모씨는 "기상 악화 시 소형 어선들보다 어업지도선이 먼저 대피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면서 "육상에서조차 안전 조치 활동이 없어 어민을 위한 조직에서 물러나 있는 느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남해어업관리단은 지난해 7월 출범, 제주항 2부두와 8부두를 지도선 정박 부두로 활용하고 있다.
강도 중에 소형급 태풍인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지난 3일 제주 해상에 직접 영향을 주고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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