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작년 멧돼지 4천376마리·고라니 3만2천189마리 포획
농작물 피해 보상액 8억1천400만원…1년새 72.8% 늘어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청성면 김모(73) 씨는 요즘 멧돼지 떼 습격을 받은 고추밭과 고구마밭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보름 전부터 떼 지어 출몰하기 시작한 멧돼지가 2천㎡의 밭을 파 일구고, 고춧대를 부러뜨리는 등 말썽을 부리고 있어서다.
참다못한 그는 옥천군에 멧돼지 포획을 요청했고, 이달 초 포수들이 나와 밭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멧돼지 1마리를 포획했다.
시끌벅적한 포획작전이 펼쳐지면서 멧돼지 출몰은 멎었지만, 김 씨는 지금 같은 '평화'가 그리 오래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장마 이후 멧돼지 횡포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단맛이 돌기 시작한 농작물을 맛본 멧돼지는 농경지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며 "주기적으로 포획작전을 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해마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퇴치하기 위해 경험 많은 포수 24명으로 유해조수 자율구제단을 운영 중이다.
농민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출동해 멧돼지, 고라니 같은 유해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지난해 멧돼지 467마리와 고라니 2천941마리를 포획했다.
올해는 3월부터 일찌감치 활동을 시작해 넉 달 만에 멧돼지 102마리, 고라니 2천144마리를 제거했다. 매주 멧돼지 6.4마리와 고라니 134마리씩을 꼬박꼬박 포획한 셈이다.
옥천군은 이들에게 마리당 멧돼지 5만 원, 고라니 3만 원, 까치·까마귀 등 조류 5천 원의 포획수당을 준다.
그러나 올해는 포획량이 급증하면서 수당지급을 위해 확보해둔 예산 1억 원이 조만간 바닥날 지경이다.
군 관계자는 "작년보다 한 달 일찍 자율구제단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순환수렵장 운영이 불발되면서 유해 야생동물 개체 수가 늘고 있다"며 "추경을 통해 5천만 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야생동물은 멧돼지다.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를 차지한 멧돼지는 천적이 없어 해마다 개체 수가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립 생물자원에서 조사한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6마리다. 전년도 4.9마리, 5년 전 4.3마리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라니와 까치·까마귀 등이 밭작물이나 수확기 과수 등에 제한적으로 해를 끼치지만, 멧돼지는 논이나 밭, 묘지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파 일궈 초토화한다.
채 영글지 않은 과일을 따 먹기 위해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과수를 부러뜨리거나 뿌리를 들춰 내 나무를 못 쓰게 만들기도 한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4천376마리의 멧돼지가 붙잡혔다. 2015년 512마리, 이듬해 1천548마리와 비교하면 매년 3배 이상 포획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라니도 3만2천189마리가 붙잡혀 전년(1만5천131마리)보다 2배 이상 마릿수가 늘었다.
이 같은 퇴치활동에도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충북에서 야생동물 피해를 봐 지급된 농작물 보상액은 8억1천400만 원(1천430건)으로 전년 4억7천100만 원(697건)보다 72.8% 늘었다.
도 관계자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매년 증가해 보상금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전기 울타리 설치 등 피해 예방사업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올해 농작물 피해예방사업에 9억2천만 원을 투입한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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