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협력사에 '꼼수 취업'…"위반시 삼성에 매일 1천만원 내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 차단 근본대책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퇴직한 뒤 해외 경쟁사의 협력업체로 이직한 올레드(OLED) 패널 기술자가 법원으로부터 "새 직장 취업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았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민사31부)은 전날 삼성디스플레이가 퇴사자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퇴직 후 2년간 경쟁사나 그 협력사에 취업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특히 만약 A씨가 이런 결정을 어길 경우 하루에 1천만원씩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국내외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떤 경우에도 재직할 때 얻은 영업자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회사 측에 제출한 뒤 퇴사했다.
그는 퇴직 당시 국내 선박안전관리회사에 취업하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 뒤인 9월 중국 청두(成都)에 있는 청두중광전과기유한공사(COE)에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인 중국 BOE(Beijing Oriental Electronics)의 협력사다.
법원은 COE의 대주주가 BOE와 같고, 회사 건물도 BOE 생산공장과 6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특히 A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회사 이름이 은행거래 내역에 기재되지 않은 것 등을 근거로 BOE 측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협력사에 우회 취업시켰다고 보고 사실상의 전직으로 판단했다.
COE는 BOE의 6세대 플렉시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기술 난도가 높은 플렉시블 올레드를 양산해 글로벌 시장 1위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려는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플렉시블 올레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시장의 97.4%(올해 1분기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해외 경쟁사로의 이직임에도 불구하고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협력업체로 우회 취업한 전 직원에 대해 법원이 전직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퇴사 후 2년간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해외 경쟁사의 협력사에 위장 취업하는 형태로 회사를 속인 사실이 드러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면서 "앞으로도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국가핵심기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실제로 첨단 IT 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적발됨에 따라 이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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