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 구급차 보내"…악성 민원에 보호 매뉴얼 만든 소방관들

입력 2018-07-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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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 구급차 보내"…악성 민원에 보호 매뉴얼 만든 소방관들
강원소방, 전국 최초 119 상황접수요원 보호 대책 매뉴얼 펴내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화장실 문이 잠겼어요", "현금인출기에서 카드가 안 빠져요", "기르던 개가 집을 나갔어요", "추워서 그러는데 구급차 좀 보내"
비응급 신고, 억지 장시간 통화, 단순 취객 신고, 악성 민원 등에 시달린 소방관들이 보호 대책 매뉴얼을 만들고 대응에 나섰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119 상황접수요원 보호 대책 매뉴얼'을 펴냈다고 5일 밝혔다.
119신고 접수요원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서적 탈진 해소를 위한 자구책이다.
도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서는 비응급 언어폭력과 성희롱 발언, 단순 취객 신고 등이 반복되면 긴급구조시스템상 수시이용자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으나 악성 민원을 근절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김형도 종합상황실장 등 10명은 지난 3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황접수요원의 정신건강검진 결과와 신고자 언어폭력·악성 민원·주취 민원 유형 등을 분석했다.

이들이 2015년∼2018년 상황접수요원 정신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요원 13%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명 중 1명(25.7%)이 수면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는 일반 소방대원들보다 8.8%포인트 높았다.
상황접수요원들은 신고자가 처한 응급상황을 전화기 너머 목소리로만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감정을 절제하고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 직무특성을 가지고 있다.
야간에도 119신고 접수를 위해 긴장상태로 대기하거나 비응급 또는 단순 주취, 민원신고 등으로 스트레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있다.
상황접수요원 보호 필요성을 인식한 도소방본부는 악성 민원 사례, 상황접수요원 보호조치 방안, 감정·스트레스 관리 요령 등을 연구해 매뉴얼에 담았다.
도소방본부는 매뉴얼 외에도 악성 민원에 대한 업무 중단권과 고충처리 지원,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경감 프로그램을 운영해 상황접수요원 보호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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