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대표는 4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탈출 사태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며 미얀마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이드 대표는 이날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제출한 로힝야족 보고서에서 올해 1만1천432명이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며 이들 중 다수가 폭력, 살해와 주거지 소실 등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접촉한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송환 조건으로 '시민권을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증명서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미얀마 정부는 올해 5월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의 송환 문제와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시민권 보장 내용이 빠진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에 논란이 제기됐다.
로힝야족 난민들의 진술을 보면 미얀마 정부의 증명서는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자이드 대표는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이런 사실관계가 약화하지는 않는다"며 "라카인 주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박해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고, 이에 맞서 정부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 작전에 나섰다.
미얀마군이 무력을 앞세워 강경 진압에 나서자 불과 석 달여 만에 70여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는 여러 세대를 라카인주에서 거주한 이슬람 소수 민족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인으로 규정하며 이들이 불법으로 미얀마로 넘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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