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 실패로 국민 기대 못미쳐 죄송…독일 꺾는 파란 일으킨 건 격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에 사과하면서도 독일을 꺾은 '그라운드 반란'을 일으킨 태극전사들에게는 고마움을 전했다.
정몽규 회장은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을 겸한 언론사 축구팀장과 간담회를 열고 한국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결과에 대해 평가한 뒤 향후 구상을 밝혔다.
정 회장은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선수들을 격려해주고 싶다"면서 "그러나 16강 진출 실패로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은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스웨덴, 멕시코전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채 1승 2패,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8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 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축구 발전을 위한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좋은 방안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월드컵이 역대 가장 관심이 없었을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비판했고, 신태용 감독이 거듭된 실험으로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월드컵 개막이 지방선거와 북미정상회담 등에 묻혀 흥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한 뒤 신 감독에 대해서는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 감독의 실험에 대한 많은 비판을 공감하지만 실험과 도전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것 같다. 실험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민재라는 대형 수비수 발굴을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조현우와 이승우, 윤영선, 주세종 등을 과감하게 기용해 대표팀의 운용 폭을 넓힌 건 평가할 만하다"며 신 감독 지도력의 긍정적인 측면도 제시했다.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구상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느낀 건 기술의 문제다. 대표팀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부족했다. 독일전 승리는 성과지만 투지보다는 온전한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술은 유소년 축구 문제로 귀결된다. 기술을 유소년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키 크고 힘 좋은 선수 위주로 체력과 전술 훈련 위주로 한다"며 유소년 축구부터 기술 발전을 위해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멕시코와 독일 팬의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장을 나갈 때까지 국기를 흔드는 독일 팬들도 인상적이었다"면서 "우리도 조롱보다는 응원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4년 후에는 국민에 큰 기쁨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는 "어떻게 (한국 축구를) 발전시켜나가야 하는지,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고민을 안고 왔다"면서 "지난 7개월 동안 많은 것과 부딪혔지만 축구협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 느꼈다. 축구협회뿐 아니라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께 돌려주는 행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도 "(우리 선수들이)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할 때 웃는 모습이 좋았는데, 웃음이 사라져서 얼마나 부담이 많은가 생각했다"면서 "선임위원장으로서 이 선수들을 위해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국가대표팀의 체질을 개선해 (선수들의) 부담이 줄어들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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