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을 하루 앞두고 중국이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일부 주화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중국이 물러설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관영 매체들은 미국 압박에 굴복하지 말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자는 사설과 논평을 내놓고 있고, 한때 기미가 보였던 양국간 물밑협상 소식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4일 밤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12시간 시차를 의식해 "미국보다 앞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중국이 먼저 도발했다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뿐이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아온 양국의 무역전쟁은 이제 관세 발효까지 하루를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단계로 나눠 25%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했다. 우주항공, IT기술, 로봇, 산업기계, 신소재, 자동차 등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업종의 1천102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중국도 즉각 동등한 규모, 대등한 강도의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대두, 자동차, 화학제품, 의료설비, 에너지 등 659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6일은 이들 양국이 서로 부과할 340억 달러 규모의 1단계 관세가 발효하는 날이다.
미국은 중국산 818개 수입품에, 중국은 미국산 545개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게 된다.
관영 매체들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투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요한 시점에서 미국의 기고만장한 콧대를 꺾을 수 있도록 '무역 38선'이라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양국의 관세폭탄 투하 이후에 대한 중화권 학계 전망은 다양하다.
<YNAPHOTO path='GYH2018070500090004400_P2.jpg' id='GYH20180705000900044' title=' ' caption=' ' />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전날 한 대학 좌담회에서 "현재로선 무역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첫 관세 제재가 실행된 다음 양국 모두 일정 정도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 때문에 확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진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고 있지만 양측의 통계 차이로 무역전쟁 발발시 미국의 손실도 예상보다 작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냉정함을 되찾을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중국이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주바오량(祝寶良) 중국 국가정보센터 수석전문가는 "관세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 하방압력이 내년부터 가중돼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양국간 투자 제한으로 확대되면 중국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린샹(黎麟祥)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무역 비중이 17%에 달하는데 반해 미국은 3%에 불과하다"며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미국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결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다른 노동집약형 국가의 상품 수입으로 대체되면서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리 교수는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제조 2025'를 억제해 다가올 중간선거에서 점수를 따고 싶어 하지만 중국의 개방확대와 기술 국산화, 지식재산권 보호강화는 중국의 정책 기조로 이미 굳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국 일관성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동맹국의 믿음을 잃고 장기적으로 미국 손실로 이어질 것이며 중국은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로부터 '맹주'로 추앙받으며 미국의 패권지위를 바꿀 수도 있다고 리 교수는 전망했다.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 덩위원(鄧聿文) 연구원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양국간 무역분쟁은 결국에는 두 강대국의 패권경쟁 대리전"이라며 중국이 미국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이 작아지며 중국 경제의 활력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