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 협상은 '미션 임파서블'…톰 크루즈보다 어렵다"

입력 2018-07-05 11:27  

"폼페이오 방북 협상은 '미션 임파서블'…톰 크루즈보다 어렵다"
美주류언론·전문가, 비핵화 협상 난항 예상…"완전한 核신고가 관건"
폼페이오, '가시적 성과' 도출 압박감…CNN "김정은 자기 페이스 주도할 듯"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비핵화 후속 협상을 위해 세 번째로 평양행(行) 비행기에 오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앞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미국 주류언론과 전문가들이 4일(현지시간) 내다봤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금껏 북미대화를 이끌어온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이번 방북을 통해 비핵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가시적 성과를 들고와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임무가 될 것이라는게 이들 언론의 지적이다.
미국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문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상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영화 제목인 '미션 임파서블'에 비유하면서 "톰 크루즈(미션 임파서블 주연 배우)가 폼페이오보다 훨씬 더 쉬운 임무를 받았다"고 밝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모호한 '약속'을 검증 가능한 일정표가 담긴 '현실'로 만드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카지아니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점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자아내는 미 정보당국발(發)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점을 거론한 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제거에 진지한지, 아니면 다시 거짓말을 하는지 시험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지아니스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회계장부, 전체 미사일과 탄두 보유량을 공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해보는 잣대가 된다는게 그의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 핵탄두 개수와 그 강도, 보관 장소 ▲ 원자로 개수와 위치 ▲ 핵폭탄 물질 제조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개수와 위치 ▲ 과학자를 포함해 핵 프로그램에 종사하는 인력 현황 ▲ 핵물질 양과 핵 폐기물 위치 ▲ 시리아 원자로 건설을 비롯한 국외 원자력 거래 내역의 제시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핵협상에서 사용해온 '외교교과서'에 근거해보면 북한이 이런 요구에 '노(No)'라고 명시적으로 거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 대신 무엇을 신고 리스트에 담을 것인지를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시간을 끌고, 그 사이 더욱 고도화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제조할 것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주장했다.
이 경우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인내심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의 모든 핵 정보를 공개할 분명한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며 8월1일을 그 시한으로 제안했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핵 프로그램 범위의 공개 여부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북한이 거부할 경우 군사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미국이 검토할 것임을 알려야 한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주장했다.
또 경제 측면에서도 몇 주 안에 가장 가혹한 제재를 부과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수출 금지와 석유 수입 중지, 국외 북한 노동자의 30일 내 귀환 등을 예시했다.

CNN 방송도 폼페이오 장관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가시적인 신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북한으로 향한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 방송에 폼페이오 장관이 세 번째 방북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존 해나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고문은 "폼페이오는 벌써 두 번 평양에 갔지만, 미국의 핵심 이익인 비핵화와 관련해 가시적인 것을 거의 들고 오지 못했다"며 "그런 일이 세 번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절차 시작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세부 과제를 담은 리스트를 제시할 계획이지만, 폼페이오 장관 본인을 포함해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정부 관료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아직 회의적인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연'(delay)과 '불명확성'(obfuscation)으로 점철된 북한의 과거 행동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역사 때문에 협상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CNN에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 이행을 늦출 경우 경제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작전의 수위를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북한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 접근하면 제재망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한 빌 리처드슨 전 에너지부 장관은 CNN에 "김정은이 비핵화를 지연시키고 자기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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