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현장]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백년대계 "블록체인은 작은 조각"

입력 2018-07-06 06:17  

[블록체인 현장]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백년대계 "블록체인은 작은 조각"
전자영주권 설계자 카스파르 코리우스…"큰그림 없으면 블록체인도 의미없어"

(탈린=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에스토니아는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전자정부 선도국이다. 전자 신분증, 전자 서명, 개인정보 통합·활용은 물론 전자영주권까지 만들며 국경을 허물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스토니아 정부는 향후 100년에 걸친 미래를 구상하며 영토나 국민 등 물리적인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국가를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각 단계에서 진위를 확인하거나 신뢰성을 강화하고 스마트 컨트랙트(조건이 성립되면 이와 동시에 거래가 이뤄지는 블록체인 기술) 등을 구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만난 카스파르 코리우스 전자영주권 총 책임자는 앞으로 100년간 세계 각국의 디지털 비전을 10단계로 나눠 설명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거의 모든 단계에서 신뢰도와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첫 단계는 '가짜 디지털'로 실물 문서를 스캔하거나 팩스로 보내 디지털화하는 수준이다. 2단계 '디지털로의 전환'은 전자 신분증과 전자 서명으로 실제 종이가 없어도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뤄지는 단계다.
3단계인 '효율적인 운영'은 전자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 부처나 공공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민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에스토니아에서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도로교통청에서 자신의 주소와 의료기록, 차량 소유 상태를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하면 도로교통청이 이를 확인하고 1분 안에 갱신 처리한다.
또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자동으로 출생 정보가 공유되고 아동 수당이 지급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직접 출생신고를 하거나 수당 신청을 할 필요는 없다.
4단계는 전자영주권을 이용해 국경 없는 국가를 구현하는 것이며 5단계는 클라우드에 정부 DB를 올려 물리적 한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어 또 앱스토어를 구축하고, 국민에게 보이지 않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로 일하며, 토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각각 6~8단계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을 강화해 정부의 결정에 활용하는 것은 9단계, 궁극적으로 물리적인 국토와 국민에서 벗어나서 합쳐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10단계로 제시됐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1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전자 신분증을 도입한 국가는 약 열 곳에 불과하다. 코리우스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현재 5단계까지 왔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의 모든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2단계에서는 전자 서명과 신분증의 진위를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3단계에서는 블록체인으로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한다. 4단계 전자영주권에서는 기업 간 거래 시 스마트 컨트랙트를 가능케 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코리우스는 블록체인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고 전체 그림에서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을 돕는 수단으로서 중요하다"며 "(인프라와 법제, 교육 등) 큰 그림 없이는 블록체인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발행을 고려 중인 에스코인과 관련해서 코리우스는 화폐라기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리우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에스코인은 유로화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고 로그인이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IT 기술 형태의 토큰"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 참여 후 작성됐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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