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 쇼트트랙의 '금메달 조련사'로 이름을 떨쳤던 전명규(한국체대 교수)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빙상계의 '적폐'로 낙인찍혔다.
교육부는 5일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에 대한 두 차례의 사안 조사 결과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 감사 결과를 종합해 한국체대에 전 교수의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국체대 빙상장을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은 물론 2013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69번에 걸쳐 수업시간 중에 학교를 벗어난 것으로 드러난 전 교수는 조교에게 학교발전기금 기탁과 골프채 구매 비용 대납을 강요했다는 '갑질' 의혹까지 받으면서 수사까지 받을 처지에 놓였다.
한국 쇼트트랙 발전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찬사를 받았던 전 교수는 빙상계의 뿌리 깊은 파벌 싸움과 권력 남용의 적폐로 지목받으면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전 교수는 쇼트트랙이 올림픽 시범 종목이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15년 동안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의 지도 아래 김기훈, 김동성, 김소희, 전이경,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타고난 승부사'라는 평가답게 전 교수는 우승을 위한 다양한 전술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작전'이었다.
개인 종목인 쇼트트랙에 팀플레이를 도입하고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스케이팅 주법도 도입해 한국 쇼트트랙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끝내 부작용을 가져왔다.
특정 선수를 우승시키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경쟁국 선수들의 진로를 막거나 '페이스 메이커'로 나서게 하면서 내부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전 교수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선수들은 다른 경쟁 선수들을 막아주는 '폭탄조'로 투입되는 것을 거부하지 못했고, 결국 여기서 파벌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자들이 국제무대에서 금메달을 쌓아갈수록 전 교수의 그림자는 빙상계에 더욱 짙게 드리웠다.
2018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전 교수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더욱 커졌다.
'장거리 간판' 이승훈이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도와준 정재원(동북고)에게 전 교수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체대 빙상장을 특정 선수들에게 사용하게 했다는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빙상연맹도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전 교수의 '권력 사유화'를 막지 못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부진에 빠지고 빅토르 안의 러시아 귀화 과정이 재조명되면서 당시 빙상연맹 부회장이었던 전 교수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전 교수에게 다시 부회장직을 맡기면서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역할을 맡겼다.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매스스타트의 '왕따 주행'과 한국체대 출신 선수들의 특혜 훈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빙상연맹은 문체부의 특정 감사를 받게 됐다. 그 와중에 전 교수의 권력 사유화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말았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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