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찾은 교황청 외무장관…"희망과 화해의 장소 되길"

입력 2018-07-05 15:20  

판문점 찾은 교황청 외무장관…"희망과 화해의 장소 되길"



(파주=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과거 분단의 현장이었던 이곳이 희망과 화해의 장소가 되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남북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판문점 일대에 5일 평화의 메시지가 퍼졌다.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가 이날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다.
낮 12시 JSA 안보견학관에 도착한 갤러거 대주교는 방명록에 "한국과 세계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에 방문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지역이 희망과 화해의 장소가 되길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고 천주교 군종교구가 JSA 안보견학관 앞에 신축하는 성당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갤러거 대주교는 "지금은 아주 역사적인 희망의 시기이고, 교황님은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하고 계신다"며 "우리 앞에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면서 늘 보여줬던 결단으로 미뤄보아 나는 조만간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공한 새 JSA 성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 거리에 있다.
대지면적 2천89㎡에 지상 1층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로 들어서는 새 성당은 내년 3월 30일 완공 목표이며 100명가량 수용할 수 있다.
1958년 6월 1일 미군 부속 건물로 준공된 기존 성당은 시설이 노후하고 공간이 협소해 신축이 결정됐다.
점심식사 후 오후 1시 40분께 갤러거 대주교는 판문점으로 이동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자유의집 앞에 서서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집과 김 위원장이 도보로 월경하고 문 대통령이 맞은 판문점 군사정전위 회의실 T2·T3 사이 군사분계선(MDL) 등을 봤다.
T2 내부에는 MDL 효력이 없다는 설명에 갤러거 대주교는 북측 구역에 해당하는 회의실 내 공간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곳에서 갤러거 대주교는 "남북 종전 협상과 조인을 여기서 할 수도 있겠다"며 "나중에 바티칸에 와서 (종전 협상·조인을) 해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장소가 매우 인상깊었다"며 "한반도에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굉장히 현실적인 곳이었고, 우리가 나중에 오래전에 한반도에 이런 갈등이 있었다고 느끼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갤러거 대주교는 이어 제3 땅굴과 오두산통일전망대 등지를 견학했다.
이날 방문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 천주교 주교단 대표들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이 동행했다.
애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방북 일정으로 빠졌다.
갤러거 대주교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교황청 외무차관이었던 1990년대 후반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에 두 차례 방문한 바 있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참가와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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