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요건 못 갖춰 소송불허"…대법 "소송대표 일부 자격 없어도 소송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동양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수했다가 손해를 본 주식 피해자들이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집단소송의 요건을 못 갖췄다고 본 하급심 결정을 뒤집는 것으로, 소송 제기 4년 만에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는 5일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1천254명이 낸 증권관련집단소송 허가신청 재항고사건에서 불허가 결정을 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허가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 등 1천254명은 동양그룹이 2012년 3월부터 8월까지 발행한 회사채를 매수했다가, 이듬해 10월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회사채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 등에 중요사항이 빠져 있거나 허위로 기재됐고, 회사 측은 부정한 수단 등을 사용해 회사채를 판매했다"며 동양그룹과 회사채 매수 모집사무를 주관한 옛 동양증권(유안타증권)을 상대로 2014년 집단소송을 냈다.
법원은 집단소송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에 앞서 이 사건이 집단소송 요건을 갖췄는지를 먼저 판단했다.
1심은 일부 피해자들의 소송허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신청이 각하된 일부 피해자들은 회생 절차를 밟던 동양증권에 받을 돈이 있다는 취지로 회생채권을 신고했어야 하는데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이어서 소송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나머지 피해자들 역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소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은 '소송 불허가'를 결정했다.
2심은 1심처럼 '소송 불허가' 결정을 내리면서도 다른 사유를 들었다.
집단소송을 낸 사람들의 대표격인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법이 정한 대표당사자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소송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집단소송의 구성원에 해당하지 않게 됐더라도, 다른 대표당사자가 그 구성원으로 남아 있는 이상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며 2심 결정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서울고법은 집단소송 구성원의 범위를 새로 정한 뒤 소송을 허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을 허가하면 소송 절차가 시작되며 동양그룹과 옛 동양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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