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부, 25일 총선 앞두고 정치개입 노골화

입력 2018-07-06 07:00  

파키스탄 군부, 25일 총선 앞두고 정치개입 노골화
여당 공천후보에 '불출마 압박'…비판 언론은 '보도중단' 사태
여론 비판 받는 쿠데타 대신 야당과 사법부 조종으로 수법 '진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25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파키스탄 군부가 정치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
군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여당 간부가 잇따라 실각하는가 하면 여당과 가까운 언론기관은 방송 중계가 중단되는 등 군부의 노골적 개입으로 보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웃 인도와 3차례에 걸친 전쟁과 대(對) 테러 전쟁 등으로 비대해진 군부가 오랫동안 정치를 움직여 왔다.
2008년부터는 문민정부가 2기 연속 5년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군부는 요즘 쿠데타처럼 여론 비판을 받는 방법을 피해 야당과 법원을 뒤에서 조종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전했다.
"군 정보기관원이 두들겨 패면서 출마포기를 압박했다"
중부 펀자브주 여당 공천후보가 1일 현지 언론을 통해 실명으로 고발한 내용이다.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 후보에 대한 군부 압력의 한 사례다.
군부 개입은 선거운동 개시 전에 시작됐다. 3월 하순에는 시청률이 가장 높은 민방인 '지오'(Geo)의 중계가 전국 각지에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오는 여당과 가까우며 일관되게 군부를 비판해 왔다. 방송 사고 이후 지오 시청률은 40% 정도 떨어졌다. 광고수입도 격감했다.
군부가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은 언론기관을 괴롭힌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오 방송은 4월 중순 정상화됐다. 하지만 방송국 관계자는 "방송재개 조건으로 군 비판을 억제키로 타협했다. 보도기능의 자멸행위"라고 털어 놓았다.
5월 중순에는 유력 영자신문 '돈(DAWN)'이 여당을 이끄는 샤리프 전 총리 단독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자 신문배달이 중단되는 지역이 증가했다. 샤리프 전 총리의 출신지인 동부 라호르에서는 지난 6월에 TV방송국 직원이 군 간부로부터 전화로 추궁당하거나 전국지 논설위원이 괴한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이어졌다.
여당은 탄탄한 경제성장 덕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변화가 생긴 건 작년 7월이다. 대법원 판결로 당시 샤리프 총리가 쫓겨나게 됐다. 판결 근거는 군부가 제공한 부패관련 정보였다. 재판을 이용해 유력 정치가를 실각시킴으로써 발언권을 높이려는 군부의 계산이 드러난 사례다.
이후에도 재판에서 여당의원의 부패의혹이 불거져 샤리프의 측근인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이 잇따라 실각했다.
반면 민간인 대량 실종사건 등 군부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 재판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당은 "사법부가 군부를 편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군부와 밀월관계인 야당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제2야당인 '테르히르-에-인사프'(PTI)와 종교정당은 작년 11월 대규모 시위로 수도 기능을 마비시켜 법무장관을 사임시켰다.시위대가 폭도화했지만 군부는 출동을 거부하고 시위를 용인했다. 5월에는 내무장관이 총격 당하는 사건이 발생, 장래에 불안을 느낀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럼에도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를 기반으로 하는 여당에 대한 지지는 견고하다.
여론조사에서는 펀자브주의 여당 지지율이 야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전국 유세에서 과거의 테러와 야당 시위에 군부가 관여했다고 폭로하면서 선거는 국정을 뒤에서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군부를 지칭하는 은어)과의 투쟁이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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