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주거비 부담 완화 도움…'특정층 수혜 집중'은 부담
로또 아파트 방치로 상대적 박탈감 커져…"노년층 등 복지 사각지대 살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5일 발표한 신혼부부·청년 지원방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이나 성남·과천 등 인기지역의 신혼희망타운을 주변 시세의 60∼70% 이내에서 분양받을 수 있는데다 각종 대출 지원과 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주어져 신혼부부 등의 주거비 부담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젊은 계층에 수혜가 집중됨에 따라 노년층이나 빈곤 계층,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복지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신혼부부 등을 위해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도권 요지에 가용 택지가 없기 때문에 입지여건이 양호하면서 보존 가치는 떨어지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밀도 있게 개발하는 것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도 "저출산 문제 해결의 고육책으로 나온 듯하지만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수도권의 아파트를 2억∼4억원대에 분양한다면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순자산 기준 도입 등 청약 기준을 강화한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신혼희망타운에 2억5천만원 정도의 순자산 기준을 도입하고 2단계에 걸쳐 청약 자격을 거르는 것은 '금수저' 청약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지역별 '청약 쏠림' 현상이 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높은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강남과 인근 수도권 지역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리고, 수도권 비인기지역이나 지방은 수요 부족으로 외면받는 등 양극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되는 맞벌이 부부는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위례나 수서, 성남, 과천으로 몰리지 않겠느냐"며 "반면 평택 고덕과 같은 수도권 외곽은 지금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도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지역에 따라 미분양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1.3%의 파격적인 금리가 제공되는 공유형 모기지 역시 단기 시세차익이 가능한 위례 등 강남권에서는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장기적으로 시세차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인기지역에서는 공유형 모기지를 받아 이자부담을 줄이는 게 유리한 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싼 단지들은 은행 대출을 받고 최장 3년의 거주의무기간을 채운 뒤 단기에 처분하는 게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결국 지역별, 주변 시세와의 분양가 차이에 따라 공유형 모기지 선택 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혼부부와 청년 등 특정층에 주거복지 헤택이 집중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위례신도시의 신혼희망타운 분양가가 3.3㎡당 1천800만∼1천900만원대인데 현재 주변 시세는 3.3㎡당 2천600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육박한다"며 "신혼부부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차익이 뻔히 보이는데 공유형 모기지를 의무가 아닌 자율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며 "위례나 수서 등 강남권이나 성남·과천 등지의 신혼희망타운은 청약 열풍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도 "강남권의 분양가만 보면 청약 광풍이 우려되는 수준이고, 분양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키워줄 수 있다"며 "로또 아파트가 계약자에게는 득이 되지만 시장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위례·수서·성남 등지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대기 수요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신혼부부들이 싼값의 인기 지역을 분양받으려고 해당 물량이 나올 때까지 전세를 고집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존 주택시장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게 취득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4억원 이하 주택은 감면 금액 자체가 몇백만 원 수준으로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주택구입을 앞둔 신혼부부의 경우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내년 이후로 주택 구매를 미루게 하는 일시적 동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청년 등에 전폭적인 대출 지원이 이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주거복지 예산이 상당수 신혼부부·청년주택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책 소외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특정층을 위해 투입될 정도인지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자칫 주거복지가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외면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경제력이 있는 신혼부부·청년층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것은 노년층"이라며 "정부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한쪽으로 복지가 치우치면 다른 쪽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복지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저출산 대책의 목적이 분명한데 집의 개수만 늘려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육·교육문제,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가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주택의 숫자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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