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울=연합뉴스) 평양공동취재단 김동찬 기자 = 친선경기 형식이었지만 양보는 없었다.
5일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 농구 마지막 날 경기는 남측과 북측의 남녀 국가대표팀 대결로 치러졌다.
행사 첫날인 4일엔 양측 선수들을 하나로 합친 다음 두 팀으로 나눠 혼합경기를 했다. 승패보다는 화합의 분위기가 묻어났다.
하지만 대표팀 간 대항전이었던 5일은 양측이 치열하게 코트를 달궜다.
여자부 경기에선 남측이 북측을 81대74로 물리쳤다.
북측의 로숙영이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32점(3점슛 2개·10리바운드)을 터뜨려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했다. 리정옥도 40분간 뛰며 16점을 넣었고, 김류정이 12점(7리바운드)을 거들었다.
남측은 김한별(16점), 강이슬(13점), 박혜진(13점), 임영희(12점)가 공격을 이끌었다. 남측의 유일한 여고생 선수인 박지현(숭의여고)은 26분 동안 12점을 기록했다.
양측은 이날 국기와 국호 없이 이름과 배번만 새긴 유니폼을 착용했다. 남측이 푸른색(청팀), 북측이 붉은색(홍팀)이었다.
이문규 남측 대표팀 감독은 평양에 오기 전부터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공격의 고삐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남측은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고, FIBA(국제농구연맹) 랭킹 16위에 올라 있다. 북측은 FIBA 랭킹 56위가.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어 수준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2015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2부리그에서 1위를 한 것이 최근에 거둔 성적 중 가장 좋다.
당시 북한 단장이 1999년·2003년 통일 농구에 참가했던 ‘북한의 마이클 조던’ 박천종이었다.
남북 체육 당국은 다음 달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여자 농구 단일팀을 내보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조만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북측 선수들이 남측으로 내려와 합동 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남북이 단일팀을 이루더라도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규모(엔트리)를 늘려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측 선수들이 몇 명 뽑히느냐가 남측에도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현 남측 대표선수 중 일부는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문규 감독은 통일 농구를 기회로 삼아 남측 선수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북측의 정예 선수가 누구인지를 파악할 계획이었다.
남측은 1쿼터 초반 9-0까지 앞서 나갔다. 북측은 경기 시작 4분이 지나서야 로숙영의 자유투로 2점을 넣었다.
포지션이 센터인 로숙영(25·181㎝)은 포스트 플레이 등 공격은 물론, 수비와 속공 전개 능력도 뽐냈다.
남측은 전반을 38-31로 마쳤고, 3쿼터 한때 56-46으로 앞서나가다 공격 범실로 인한 역습을 허용하며 추격당했다.
58-56에서 시작한 4쿼터 초반엔 홍팀 리정옥에게 3점슛을 맞는 등 58-61로 역전당했다. 김한별(삼성생명), 최은실, 박혜진(이상 우리은행)이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심판 3명 중 북측 심판 1명은 남측 선수들의 트래블링 반칙을 10개 지적했다. 대부분이 무리한 판정이었다는 것이 경기를 본 남측 농구인들의 반응이었다.
이문규 감독은 “몇몇 북측 선수들을 눈여겨봤다. 아직 단일팀 구성 방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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