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철거 강행…베두인 "떠나지 않겠다" 반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아랍 유목민족인 베두인 마을에 대한 철거에 나서자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UN)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에 요르단강 서안의 베두인 거주지인 칸 알아마르 마을을 철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대변인은 지난 4일 밤 이스라엘의 칸 알아마르 마을 철거 계획에 대해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은 국제법상 불법"이라며 "EU는 이스라엘 당국이 이 결정을 철회하고 국제적인 인도주의적 법률에 따라 의무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정부는 이날 칸 알아마르 마을의 파괴를 규탄했고 영국 의회는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도 트위터를 통해 "그런 조치들(베두인 마을 철거)은 국제법에 어긋나고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평화안)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그동안 전쟁 등을 통해 점령한 지역이다. 보통 점령지에서 주민의 강제이주 정책은 국제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지난 4일 이스라엘 당국은 불도저 등 장비를 투입해 칸 알아마르 마을의 철거에 나섰고 이에 항의하는 베두인, 좌파 활동가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30여명이 다쳤다고 적신월사(적십자사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관)가 전했다.
칸 알아마르 마을은 유대인 정착촌 2곳의 사이에 있다.
현재 이곳에는 베두인 약 180명이 양과 염소 등을 기르면서 나무 판잣집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베두인이 허가를 받지 않고 마을을 지었다며 철거를 추진해왔다.
올해 5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베두인 마을 철거를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칸알아마르에 사는 베두인들을 12㎞ 떨어진 곳으로 강제이주시킬 방침이다.
베두인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절망하고 있다.
칸 알아마르에 거주하는 페이살 아부 다혹(45)은 "나는 여기에서 태어났고 어디로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스라엘 정부)이 마을을 파괴한다면 우리는 이곳이나 근처에 마을을 다시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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