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사실 공개 그릴로 보건장관 "태어날 아이는 백신 맞힐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에 때아닌 홍역 유행 사태를 겪은 뒤 10가지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법으로 의무화한 이탈리아가 새 정부 출범 후 해당 규정을 완화했다.
줄리아 그릴로 보건장관과 마르코 부세티 교육장관은 5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 취학 연령대의 아동이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 더 이상 공식 백신접종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작년에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을 채택, 17세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이 정규 학교에 다니려면 새 학기 시작에 맞춰 홍역, 수두, 풍진 등 10가지 백신 주사를 맞았음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필수로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방접종 규정을 준수했다는 부모의 자기 인증이 증명서 제출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그릴로 장관 등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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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자기 인증을 허위로 할 경우 기소될 수 있으나,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동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화한 조치는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지난달 1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이 손잡고 출범한 포퓰리즘 연정은 정부 구성 협상 과정에서 내놓은 국정 운영 프로그램에 백신 의무접종 폐기도 포함시킨 바 있다.
이날 임신 소식을 깜짝 발표한 그릴로 장관은 "태어날 아들에게는 물론 예방주사를 맞힐 것"이라고 말해 개인적으로는 백신을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부모들이 백신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상당수 부모가 백신 접종이 자폐증과 연관돼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신념에 따라 자녀에게 예방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결과, 이탈리아의 백신 접종률은 2013년 88%, 2014년 86%, 2015년 85.3%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 95%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에 미국이 지정한 여행주의국 명단에 오를 정도로 홍역이 크게 유행하자 전임 정부는 영유아를 상대로 10종의 예방접종을 의무화하는 법을 밀어붙였다.
이탈리아에서 작년 홍역 발생 건수는 전년의 약 6배에 해당하는 4천991건에 달해, 유럽연합(EU) 내에서 루마니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편, 그릴로 장관은 영유아 홍역 백신 접종률이 작년에 91.7%로 집계돼 전년의 87.3%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등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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