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패권 다툼에 세계 경제둔화 가능성…성장률 깎이고 수요 약화
트럼프 '보복에 재보복' 확전 시사…"전쟁 지속시 2조달러 교역량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이 대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하면서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보복에 재보복'을 천명,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싸움을 예고한 만큼 다른 국가들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상황을 맞았다.
일단 미중 모두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정보통신(IT), 로봇공학, 항공우주 등 중국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첨단 제조업을 겨냥했고 중국은 그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품과 자동차를 겨냥하는 등 양국의 조치는 실제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또한 양국은 관세 장벽을 쌓는 동시에 상대국 통신·반도체업체의 자국 내 진출을 막는 등 비관세 장벽까지 동원한 전방위 공격에 나섰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무역전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경제 규모 자체도 줄어들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로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5천개가 사라질 수 있으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 장벽 때문에 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지표상의 수치가 아니라 기업 경영환경, 금융시장 여건 등 경제 전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JP모건체이스는 무역갈등 고조로 소비자 수요를 비롯한 중국 경제 기반이 약해지면 신용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총구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주요국 모두를 향해 있는 데다 세계 경제의 주요 2개국(G2) 산업과 금융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다른 나라의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대형 악재가 주요 경제국간 얽히고설킨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퍼지면 세계 곳곳에서 물가 상승과 수요 약화 등의 피해를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중국이 무역 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GDP 성장률이 평균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경제도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피할 수 없다.
픽텟자산운용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천만달러(31조5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이 조만간 봉합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에게는 대선에서 승리를 안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11월의 중간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다가올 선거 때마다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반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서 첨단산업을 내세운 진정한 글로벌 강국의 지위를 노리며 'IT 굴기'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양쪽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강행 방침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재보복을 거듭해 총 5천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공세에 총력을 쏟아 확전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3일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고려해 무역전쟁 지속 시 최대 2조 달러(2천234조)의 글로벌 교역량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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