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이시바, 고이즈미에 '러브콜'…'반대파' 결속시 아베 낙마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오는 9월말 열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37세의 젊은 나이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副)간사장의 행보에 일본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자민당 내에서 드물게 아베 총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총재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그가 이시바 전 간사장에 힘을 실어주며 반(反)아베파가 결집할 경우 아베 총리의 총재 3연임이 무산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선거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주목받고 있다.
6일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부간사장은 전날 자신이 이끄는 초당파 젊은 의원들의 모임인 '헤이세이(平成) 내(헤이세이 시기) 중의원 개혁 실현회의'를 개최했다.
이 위원회는 ▲ 의혹 추궁에 특화된 조사 조직 설치 ▲ 각료의 국회 출석 부담 경감 등 국회 개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언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파벌 정치가 주류인 자민당에서 파벌에 속하지 않은 그는 이번 회의처럼 당적이나 파벌을 초월한 초당파 모임을 그때그때 만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20년 이후 경제사회구상회의'를 만들었고 4월에는 '포스트 헤이세이의 지방의회 구상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반면 아베 정권에 대해서는 "자민당은 관료(공무원)에 책임을 몰아붙이는 정당이 아니다"(아베 총리의 공무원 '꼬리 자르기' 비판), "전후 정치사에 남을 대사건이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사학스캔들 관련 문서 조작에 대해) 등 비판을 쏟아내 왔다.
그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재감을 묻는 항목에서 아베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앞서고 있다. 지난달 실시된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교도통신, 지지통신의 여론조사에서 단독 혹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가진 높은 인기의 배경으로는 파벌에 속하지 않은 청렴한 이미지와 자민당에 대한 절제하면서도 단호한 비판, 잘생긴 외모, 그리고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영향력 등을 꼽는다.
그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차남으로, 공교롭게도 고이즈미 전 총리 역시 원전 문제 등에서 아베 총리와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계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이시바 전 간사장의 손을 잡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의원내각제로 자민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자민당 총재선거는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리다.
아사히는 선거 판세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시바 전 간사장이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고이즈미 부간사장의 움직임에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파(이시바 전 간사장의 파벌)의 한 간부는 아사히에 "이시바와 고이즈미가 손을 잡으면 여론의 인기가 발군일 것"이라며 "고이즈미 부간사장에게 '정론을 말하고 있는 것은 이시바씨 뿐이다'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고이즈미 부간사장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6년 전인 2012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패했을 당시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자신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고이즈미 부간사장의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가 2001년 선거에서 승리했을 당시의 상황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해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당시 선거에서 지금의 고이즈미 부간사장 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문부과학상의 지지를 받아 바람몰이를 한 끝에 파벌의 힘을 앞세운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의원을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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