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일주일] 재계 "탄력근로제 적용 확대 필요해"

입력 2018-07-08 07:01  

[주52시간 일주일] 재계 "탄력근로제 적용 확대 필요해"
"산업 따라 집중근무 필요한 영역 있고, 돌발상황 대비할 완충장치 필요"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들도 이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여전히 산업 특성상 특정 기간에 집중근무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건의하거나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전자업계의 경우 에어컨처럼 계절성이 있어 연중 특정 시점에 수요가 몰리는 제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재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성수기 대응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령 에어컨이라면, 성수기를 앞두고 연초부터 계획을 세워 공장이 가동되기 때문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통해 목표한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돌발 상황이다. 가령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에 재고가 동나고 에어컨 품절 사태가 벌어진다면, 현행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만으로 대응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런 돌발 상황 때 '버퍼'(완충기)를 충분히 갖기 위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현재의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생산라인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4조 2교대' 또는 '4조 3교대'를 도입하고 있어, 주 52시간 제도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줄었어도 큰 문제는 없는 상태다.
다만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와 같은 생산시설 정비도 대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대응할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정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는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정기보수'가 발등의 불이다. 정기보수란 석유화학·정유 공장의 가동을 몇 년에 한 번씩 완전히 멈춘 뒤 점검·청소·보수·설계 변경 등을 하는 작업을 말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기보수를 위해 공장을 셧다운(정지)시키는 데 1주일, 보수가 끝난 뒤 다시 재가동하는 데도 1주일이 소요된다"며 "문제는 이 작업이 워낙 섬세하고 위험한 작업이라 이때는 2조 2교대로 근무가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 시기에는 주당 84시간가량을 근무해야 한다. 노조와 합의해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3개월로 하면 주당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도 여전히 시간이 모자란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10월께 정기보수가 있을 예정인데 공장별로 해소할 방안을 스터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해상 시운전'이 화두다.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선박의 품질을 점검하고 오작동을 확인하는 절차인데, 먼 해상에서 1∼2주일간 집중적으로 선박을 시운전한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시운전은 장기간 해상에서 시운전하므로 중간에 근로자 교체가 불가능하고, 승선 근로자를 증원하면 안전·해난사고, 거주구역 협소 등 위험요소가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경우도 우천 등 기상조건이 악화해 공사기간이 지연되면 추가적인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가 올 때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야간작업은 시야 확보의 제약, 안전사고 위험성 등으로 최소화하고 있다"며 "예측할 수 없는 기상조건 악화로 공사가 지연되면 연장근로를 해 공기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건설현장의 인건비와 공사기간 증가로 해외건설업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현장에도 탄력근무제 등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본사 직원에 한해 52시간 근무를 일단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품질 관리,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건설 현장은 주 52시간 근무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던지 일정 기간 적용 유예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급여가 감소하면서 이직이 늘어나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종업원이 300명 이상인 곳은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갔는데 그 결과 임금이 줄면서 이런 일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상시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이어서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기업은 전체 360만개 사업장의 0.1%인 3천627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은 26만6천 명이 부족해지고, 비용은 12조1천억원이 더 들 것으로 중소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사용자 대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 방안을 정부에 계속 건의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다. 지금은 노조와 합의할 경우 이를 최대 3개월까지 확대해 운영할 수 있는데 이를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려 융통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인가 연장근로의 사유 확대도 재계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인가 연장근로란 자연재해, 재난 등의 특수 상황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노동자 동의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제도다.
경총 관계자는 "장치산업에서 정기적인 대규모 정비에 필요한 연장근로, 조선업에서 완성된 선박의 품질점검 등을 위해 필요한 연장근로 등을 인가 연장근로 사유로 포함시키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산업 현장의 빠른 안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또 노사가 합의할 경우 자율적으로 주당 4∼8시간을 더 근무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의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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