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재 "밀입국자·난민에 도움 주는 것 처벌은 위헌"

입력 2018-07-06 22:45  

프랑스 헌재 "밀입국자·난민에 도움 주는 것 처벌은 위헌"
난민운동가, 불법체류자에 숙식·의약품 제공하다 징역형 받자 헌소
"불법체류자의 입국·체류 돕는 행위 처벌은 프랑스 박애 정신 위배"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와 난민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숙식과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에게 숙식과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기소해 처벌하는 프랑스 이민법 규정은 무효가 됐다.
프랑스 헌재는 6일(현지시간) 불법체류자의 프랑스 입국과 체류를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프랑스 공화국의 이념인 박애의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해당 이민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프랑스 이민법 622조 1항은 불법체류자에게 음식과 거처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3만 유로(4천만원 상당)의 벌금과 최장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자유·평등·박애는 프랑스 공화국의 공동의 이상(理想)으로서 존중돼야 한다"며 이민법 조항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특히 헌재는 "이런 이상은 박애의 원칙, 즉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법적인 체류 여부와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남들을 도울 자유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프랑스의 유명한 난민운동가인 세드릭 에루(38)가 제기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접경지대에서 올리브 농장을 운영해온 에루는 거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불법체류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2015년부터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들을 동네 정류장까지 자신의 차로 태워다 주는 수준이었지만, 2015년 7월 86명이 숨진 니스 트럭 테러 이후 프랑스의 출입국 관리가 엄격해지자 이민자들을 몰래 프랑스로 데려와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2015년 10월에는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프랑스 국철(SNCF) 소유의 휴가지를 무단점거해 자신의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난민과 이민자의 프랑스 밀입국을 여러 차례 도와준 혐의로 프랑스에서 기소된 에루는 2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 유예를 받았다.
그는 대법원 상고와 함께 불법체류자에 대한 조력을 금지하는 이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에루의 변호인은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거대한 승리"라고 환영하고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닌 한, 이방인들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가 처벌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에루에게 내려진 징역형의 집행 유예 판결도 무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면이 더 크다.
프랑스에서 실제로 불법체류자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행위로 기소되더라도 대부분 법정 양형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아왔다.
프랑스 내무부도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내무부는 불법 밀입국을 이윤을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돕는 행위는 여전히 조사해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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