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당국 "동굴소년 잠수준비 안돼…폭우시 즉각 구조 실행"

입력 2018-07-07 10:03   수정 2018-07-07 14:31

태국 당국 "동굴소년 잠수준비 안돼…폭우시 즉각 구조 실행"
생존자 건강 '정상' 회복·걸을 수 있는 정도…물 이외 산소도 우려 대상
폭우시 동굴내 모든 공간 침수 가능…머스크의 '에어튜브' 실효성 의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동굴에 2주째 갇힌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13명을 구조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구조작업 실행을 가로막는 악조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동원 가능한 배수펌프를 모두 가동해 동굴 안에 고인 물을 퍼내지만, 생존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을 만큼 수위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구조에 동참했던 전직 네이비실 대원이 산소 부족으로 숨지면서 동굴 내 산소 농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국은 아이들에게 이틀간 수영과 잠수장비 사용법을 가르쳤지만, 아직 이들이 스스로 잠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폭우가 내려 동굴 내 모든 공간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가능성이 생기면 위험을 감수한 구조작업을 실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현장을 지휘하는 나롱싹 오솟타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이날 폭우가 내릴 경우 즉각 구조작업을 실행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소년들이 걸을 수 있는 상태지만 아직 수영하거니 잠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나롱싹 지사는 소년들의 건강상태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CNN 등 일부 언론이 보도한 건강상태 악화설을 부인한 셈이다.
전날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자인 전직 네이비실 대원이 동굴 내 산소통 설치 작업 후 밖으로 나오다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 동굴 내 구조 인력이 늘어나면서 산소 농도가 떨어진 탓이다. 통상 21% 정도인 산소 농도가 사고 당시에는 15%까지 떨어졌다.






이후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에 산소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당국은 산소 공급 라인을 설치했다.
나롱싹 전 지사는 "아이들이 숨 쉬는 데 문제가 없으며 동굴 내 산소 농도는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 전체에서 동굴로 계속 물이 유입되고 있어 계속된 배수 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
당국이 전날 약 12분 동안 배수펌프 가동을 중단하자 수위가 4인치(약 10㎝)가량 올라갔다는 게 나롱싹 지사의 설명이다.
동원 가능한 배수펌프를 모두 가동했을 때 낮출 수 있는 동굴 내 수위가 시간당 1㎝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물이 다시 차오르는 속도는 이보다 훨씬 빠른 것이 증명된 셈이다.





우기(雨期)임에도 다행스럽게도 지난 며칠간 비가 멎어 구조대원들이 구조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다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을 비롯해 동굴 전체 공간이 물에 잠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의 강수 가능성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주말 또는 이후 비가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태국 기상청은 보고 있다.
7일 오전 현재 치앙라이 지역의 일기예보를 보면 8일까지 강수 확률은 40% 이후 13일까지 강수 확률은 60%다.


이에 따라 당국은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동굴 내 수위가 높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곧바로 구조를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나롱싹 전 지사는 "폭우가 내리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것이다. 물을 퍼내고 있지만, 비가 내려 수위가 통제 가능한 선을 벗어나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다만 아이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구조작업을 주도하는 태국 네이비실의 아르파꼰 유꽁테 사령관도 "처음엔 아이들이 오랫동안 동굴 안에 머무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우리에겐 시간 제약이 있다"며 위험을 감수한 구조작업 감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에어튜브' 사용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도 관심사다.
태국 당국과 구조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직경 1m 정도 되는 나일론 소재 튜브를 동굴 입구에서부터 밀어 넣은 뒤 공기를 주입해 부풀리면 에어튜브 형태가 된다"면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바운싱 캐슬을 생각하면 된다. 물 밑으로 에어튜브를 통과시키고 이를 통해 아이들을 구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굴 안쪽에서 폭이 70㎝에 불과해 잠수장비까지 벗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구간도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동굴 밖에서는 수직으로 암벽을 뚫어 구조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 방법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당국은 100개가 넘는 구멍을 뚫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생존자 위치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400m 이상 파 내려간 곳도 있다.
하지만 800m 이상 깊은 땅속에 있는 생존자들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나롱싹 지사는 설명했다.
태국 당국 "동굴소년 잠수준비 안돼"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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