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개혁TF "일선기무부대와 '60단위 기무부대' 업무 겹쳐 폐쇄해야"
댓글조작·세월호 유족사찰 기무사, 반성은 커녕 '조직보호 이기주의'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서울을 포함해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대령급 지휘 기무부대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
이들 기무부대는 각 지역의 군 부대 내에 설치된 기무부대를 지휘·감독할 목적으로 생겼으나, 사실상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부적인 명칭이 600, 601, 608, 613 부대 등으로 불려 이른바 '60단위 기무부대'라고 한다.
예컨대 602 기무부대는 수도방위사령부를 포함해 서울에 있는 군부대 내 기무부대를 지휘 감독한다. 이들 부대의 전체 요원은 서울 100여명을 비롯한 1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이외에 인천, 의정부, 부산, 대전, 광주, 전북, 청주, 강릉, 창원, 제주 등에 '60단위 기무부대'가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8일 "국방부의 '기무사 개혁TF(테스크포스)'에서 기무사 개혁 일환으로 지역 기무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60 단위 기무부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기무개혁TF는 '60단위 기무부대'가 일선 군부대에서 활동하는 기무부대와 업무 영역이 중복된다고 지적했으며,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폐지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군사정권 시절 군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불순한 모의 또는 동향 등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각 지역 군부내의 기무부대와는 별개로 상급감시 조직으로서 '60단위 기무부대'를 만든 것"이라며 "그러나 현시대에 맞지 않는 조직"이라고 언급했다.
기무사 측은 이와 관련해 "'60단위 기무부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통합 방위업무를 협의하고 있고, 해당 지역 군 지휘관 등 주요 직위자에 대한 임명 전 신원조회 업무, 탈북자 합동심문 참여 업무 등을 하고 있다"면서 "일선 기무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것도 주요 업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무개혁TF의 한 관계자는 "일선 군부대의 기무부대 부대장이 통합방위 업무 협의에 참여하고 합동심문에도 해당 부대원을 보내면 될 일"이라면서 "굳이 '60단위 기무부대'가 이런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기무사 측은 기무개혁TF의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기무사의 이런 '조직 챙기기'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따갑다.
댓글 조작은 물론 세월호 사고 유족사찰까지 온갖 불법 정치개입을 하고서도 반성을 바탕으로 뼈를 깎는 고강도 개혁을 하기는커녕 조직 보호에나 나서는 기무사의 이기적인 태도에 반발이 거세다.
기무사는 근래 자체 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댓글 공작과 세월호 사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고위직에 승진한 채 자리를 보전하고 있을뿐더러 4천200명에 달하는 조직을 얼마나 축소할지에 대한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무개혁TF의 관계자도 "육군은 국방개혁에 따라 76명가량의 장군 직위를 축소하고, 오는 2022년까지 11만 명이 넘는 병력을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기무사는 사령관(중장), 참모장(소장), 각 처장(준장)들의 계급을 낮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이 진행 중일 당시 계엄령과 위수령을 발동하고 상황에 따라선 시민에게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짠 기무사령부를 폐쇄하거나 완전히 뒤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기무개혁TF에서는 기무사 명칭, 임무, 조직, 사령관 계급, 정치개입 금지 시스템 구축 등 전반적인 개혁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은 기무사가 정치에 개입할 소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현재 기무사를 방첩 기능만 강화하는 조직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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