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MF와 연료 보조금 삭감 합의…의회, 정부 전복 엄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 정부가 연료 가격을 인상하려다가 격렬한 반발 시위에 밀려 결국 철회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오후부터 수도 포르토프랭스, 북부에 있는 제2 도시인 카프아이시앵 등 아이티 전역에서 시위대가 장애물을 세우고 타이어 등에 불을 붙여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이날 오전에는 포르토프랭스 부촌 지역에 있는 여러 호텔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는 등 시위는 폭동으로 번졌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 총격 등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시위대가 주유소 한곳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경찰이 저지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시위는 아이티 정부가 이날부터 휘발유 가격을 38% 인상하는 것은 물론 디젤과 등유 가격도 각각 47%, 51% 올린다고 전날 발표한 뒤 시작됐다.
이런 인상률이 적용되면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5달러, 디젤 가격은 4달러로 오른다.
아이티 국민의 80%가량이 하루 2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번다. 대다수 국민이 감내하기 힘든 인상인 셈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원조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급됐던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아이티와 IMF는 당시에 연료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사회 서비스와 사회간접자본시설 분야 투자를 늘리고 세금 징수율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야권 등은 이날도 한층 강도를 높인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의회는 정부가 연료 가격 인상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정권을 탈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손을 들었다. 잭 가이 라폰탕 총리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료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폰탕 총리는 시민들에게 평정심을 되찾고 명확한 계획을 세운 정부를 믿고 인내해달라고 촉구했다.
시위 우려로 이날 정오까지 에어프랑스, 델타 등 주요 항공사들의 운항이 중단됐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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