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의 제재해제 조건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 부회장이 미국 압력을 '백색테러'로 규정하며 깊은 굴욕감을 토로했다.
8일 중신망에 따르면 장전후이(張振輝·45) ZTE 부회장은 전날 ZTE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장문의 이임사를 통해 "이렇게 회사를 떠나는 것은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깊은 굴욕을 느낀다"고 밝혔다.
장 부회장은 자신의 18년 업무를 회고하면서 자신은 ZTE의 법규 위반 사건과 아무런 책임관계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미 무역전쟁 와중에 벌어진 과학기술 전쟁의 '백색테러'로 본인을 포함한 회사의 모든 부회장이 이미 이임 협약에 서명하고 공식 퇴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미국과의 제재해제 합의조건의 하나로 교체하기로 했던 ZTE의 부회장 5명중 한명으로 글로벌 영업을 담당했다.하얼빈이공대를 졸업하고 2001년 ZTE에 입사한 뒤 2014년 부회장으로 발탁됐다. ZTE에서는 전날 이들과 함께 모두 20여명의 고위 임원이 자리를 떠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회장은 "회사의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회사가 합의한 제재해제 합의 요구사항을 이행하기로 하고 전부 회사를 떠난다. 아무런 원망도 후회도 없다"고 했다.
그는 ZTE의 오랜 경쟁자였던 화웨이(華爲)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전장에서는 필사적으로 승패를 다투지만, 화웨이도 ZTE처럼 중국 민족통신의 기치를 내건 기업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ZTE는 화웨이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부단히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화웨이가 선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ZTE는 없으며 ZTE의 끊임없는 추격이 화웨이의 고속성장을 촉진하기도 했다"며 "민족통신기업 화웨이가 등을 곧추세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도전에 맞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의 유착관계로 최근 ZTE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의혹을 받는 기업중 하나다.
ZTE는 미국과의 제재해제 합의에 따라 지난 5일 자오셴밍(趙先明) 회장과 장전후이·쉬후이준(徐慧俊)·방성칭(龐勝淸)·슝후이(熊輝)·사오웨이린(邵威琳) 부회장 5명이 퇴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ZTE는 지난달 30일엔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 이사진 14명을 전원 사퇴시키고 리쯔쉐(李自學) 신임 이사장 등 신임 이사진 8명을 선출하기도 했다.
ZTE는 이들 이사진 및 경영진 교체와 함께 벌금 14억 달러 납부, 미국인 준법감시팀 배치를 조건으로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받은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제재를 해제받기로 한 상태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