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외교 총책 리수용 방문…외교환경 변화 속 우호관계 재확인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노동당의 외교를 총괄하는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의 쿠바 방문을 계기로 쿠바와의 전통적 사회주의 혈맹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대표단을 이끌고 쿠바를 방문한 리수용 부위원장을 통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에게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고 8일 뒤늦게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리수용 동지가 5일 아바나 대회당에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라울 카스트로 루스 동지와 만나 담화를 하였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라울 카스트로 루스 동지에게 보내시는 따뜻한 인사와 구두 친서를 리수용 동지가 정중히 전하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카스트로 총서기가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장 충심으로 되는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담화는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페인 EFE통신은 지난 6일 쿠바 국영방송을 인용, 리수용 부위원장과 카스트로 총서기의 면담 사실을 보도하며 리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리 부위원장은 6일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호세 라몬 발라게르 쿠바 공산당 중앙위 국제비서와 회담했다고 중앙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회담에서는 자기 당 활동 정형(정세와 형편)이 통보되고 두 당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의견이 교환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회담 후 양측은 쿠바 국가평의회 초대소에서 '조선노동당과 쿠바 공산당 사이의 교류 및 협조에 관한 합의서'를 조인했다.
북측 대표단은 호세 라몬 발라게르 국제비서가 마련한 연회에도 초청됐고, 아바나 혁명광장에 있는 쿠바의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석상을 찾아 헌화했다.
북한은 이번 리 부위원장의 방문을 통해 쿠바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서 그동안 이어온 긴밀한 유대 관계를 다시금 견고히 다지려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과 쿠바 관계를 둘러싼 외교환경에서는 최근 다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했고, 쿠바에서는 지난 4월 '혁명 후 세대'인 미겔 디아스카넬이 국가평의회 의장에 새로 선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쿠바는 교류합의서 체결 등을 통해 양국 간 유대의 전통적 기반인 '당 대 당' 관계의 강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는 디아스카넬에게 국가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줬지만, 공산당 최고위직인 총서기직은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북미 관계 개선 상황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쿠바가 미국과 국교정상화에 나섰을 때는 북한이 리수용 당시 외무상, 강석주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을 잇달아 쿠바에 보내며 외교지형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바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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