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950년대 백인 중산층들만 모여 사는 마을 서버비콘.
가드너(맷 데이먼 분)는 이곳에서 아내, 아들과 살고 있다. 아내가 몇 년 전 의문의 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겉보기에는 완벽한 가정처럼 보인다. 가드너의 본색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드너는 쌍둥이 처제 마거릿과 공모해 아내를 죽이고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그의 청부 살인으로 아내는 결국 살해당하지만, 아들 니키(노아 주프)가 살인범의 얼굴을 목격하면서 가드너의 계획은 꼬일 대로 꼬인다.
이와 별개로 가드너의 앞집에는 흑인 가족이 이사 온다. 백인 주민들은 흑인 가족을 내쫓으려 슈퍼마켓에서도 식료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파는가 하면, 날마다 그 집 앞에 모여 찬송가를 부르는 등 시위를 한다.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져 폭력사태로 번진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서버비콘'은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백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범죄와 백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흑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민낯과 실체를 고발한다.
'바톤핑크' '파고' 등을 만든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배우 겸 제작자, 감독으로 활약 중인 조지 클루니가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섬뜩하면서도 냉소적인 유머에서 코엔 형제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여기에 조지 클루니의 문제의식을 녹였다.
코엔 형제는 당초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드너 가족의 에피소드만 담긴 시나리오를 썼다. 배경을 미국의 경제적 부흥기였던 1950년대로 옮기고, 뉴욕 백인단지에 입주했던 흑인 가족의 실화 사건을 대본에 녹인 것은 조지 클루니였다.
그는 "미국이 완벽했다고 기억하는 시대에 벌어진 참혹한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위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인종 차별과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트럼프 시대인 지금 미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영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돈을 요구하는 청부 살인범들의 협박이 이어지고, 설상가상으로 보험조사원까지 아내의 죽음을 의심하면서 의도치 않은 살인이 이어진다. 뻔한 전개인데도 인물들이 스스로 놓은 덫에 걸려들며 파국을 맞는 과정은 제법 흥미진진하다.
맷 데이먼을 비롯해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을 맡은 줄리언 무어, 그리고 '원더' '콰이어트 플레이스' 등에 출연한 아역 배우 노아 주프의 연기가 힘을 실어준 덕분이다.
가드너 가족과 흑인 가정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나열돼 비극성과 희극성을 더욱 강조한다. 다만, 풍자와 교훈이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은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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