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서양에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최근 일본과 벨기에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경기에서 한국 중계방송 해설자의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것처럼 잉글랜드의 선전에 이웃 나라인 아일랜드 팬들이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잉글랜드는 8일 러시아 사마라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스웨덴을 2-0으로 꺾고 28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와 소문난 '앙숙'인 아일랜드 팬들이 이를 바라보는 느낌은 '제삼자'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일랜드는 1100년대에 잉글랜드의 침략을 받아 1937년 영연방 탈퇴를 선언하기까지 800년 가까이 잉글랜드 지배를 받아 반영 감정이 가장 강한 나라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랜 기간 잉글랜드의 지배를 당하면서 그 영향도 많이 받은 면도 있다.
특히 축구에서는 아일랜드 팬들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대한 감정은 '증오'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관계 못지않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일부 아일랜드 팬들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리시 센트럴이라는 아일랜드 매체는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매체는 최근 아일랜드의 한 스포츠 전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하기를 바라는 아일랜드 사람의 비율이 25%나 된다는 것이다.
잉글랜드 다음으로는 브라질의 우승을 기원한 사람들이 17%였다.
아이리시 센트럴은 "잉글랜드 축구팀이 패하면 기뻐하고 '잉글랜드만 아니면 된다(ABE-Anyone But England)'라던 기존의 통념과는 반대되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아이리시 포스트라는 매체에서도 '왜 아일랜드 사람이 잉글랜드의 우승을 기원하면 안 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조 호건이라는 기자는 이 글에서 "내 생애 처음으로 잉글랜드를 응원하게 됐다"며 "나 역시 2년 전 유럽선수권에서 잉글랜드가 아이슬란드에 졌을 때 비웃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일랜드 팬들의 잉글랜드 대표팀에 대한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는 우선 잉글랜드 핵심 멤버인 해리 케인 덕이 크다.
아이시리 타임스는 "케인의 할아버지가 아일랜드 출신으로 이들 집안은 아일랜드 서부 갈웨이에서 잉글랜드로 넘어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또 아일랜드 축구 팬들이 워낙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친숙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아이리시 포스트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잉글랜드가 패하기를 바라다가도 9월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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