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년 부인이 남편 청부살해…6일 만에 드러난 비극

입력 2018-07-08 16:19   수정 2018-07-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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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0년 부인이 남편 청부살해…6일 만에 드러난 비극
경찰 "금전문제 갈등…신혼 때부터 부인 억눌린 생활"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 2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강도 살인은 돈 문제로 갈등을 빚던 부인이 남편을 청부 살해한 사건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4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아내가 평소 알고 지낸 지인과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했다는 점에서 범행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해운대경찰서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A(69·여)씨와 B(45)씨가 벌인 이번 사건의 전모는 사건 발생 6일 만에 세상에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5시 20분께 "강도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피해자 딸의 112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A씨 남편(70)은 안방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채 쓰러져 있었다.
시신을 살펴본 경찰은 피해자 배와 머리에서 흉기와 둔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다발성 손상을 발견했다.
복면한 B씨는 4시간 동안 태연하게 범행 현장에 머물면서 귀가하는 피해자의 딸을 위협해 결박하면서도 지문 등 자신의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행 중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 가족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유선전화를 끊는 등 냉정하고 용의주도하게 행동했다.
B씨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범행 장소에 머물다가 현금 240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한 피해자 조사에서 결박 장소·방법과 관련해 진술의 신빙성이 없고 추가 수사에도 A씨가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 입었던 옷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혈흔 반응을 의뢰하는 등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해하던 A씨는 가족들에게 범행 일부를 털어놓고 지난 6일 오후 자수했다.
같은 시간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자료를 분석해 범인 검거에 나선 경찰이 A씨와 채무관계가 있던 B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긴급체포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의 부인 C(40)씨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의 동향을 전달하고 출입문을 열어줬고 B씨는 내부로 침입해 강도로 위장해 청부살인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40년 넘게 개인택시를 몰면서 3층 건물과 다른 건물에서 전세와 월세를 받았으나 재력가는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와 B씨는 경찰에서 대체로 범행을 시인하면서 상대방이 먼저 청부살해를 권유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범행동기와 관련해 "40년 전 신혼 때부터 비누 하나까지 따질 정도로 살림살이에 관여해왔고 무시당하며 살아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했다.
B씨 부부는 A씨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했으나 실패하는 등 생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회사에 다니는 딸이 갖고 있던 5천만원을 B씨 부부에게 빌려준 것을 A씨 남편이 알게 되면서 심하게 부부싸움을 한 것이 청부살인을 실행에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으로부터 사사건건 잔소리를 듣고 억눌려 생활하며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발생 전에 남편이 부인에게 누구에게 돈을 줬느냐고 고함을 치는 등 압박을 가해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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