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석방·취소 명령 잇단 번복…지역 연방법원장이 결정할듯
룰라 풀려나도 대선 출마 여부는 미지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사법부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2) 전 브라질 대통령 석방 문제를 둘러싸고 큰 혼란에 빠졌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 석방 문제를 놓고 이날 관할 제4 지역 연방법원 판사들 간에 석방과 취소 결정이 번복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앞서 좌파 노동자당(PT)은 변호인단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확정판결 이전까지 수감을 피할 수 있도록 석방을 요구하는 인신보호영장(habeas corpus)을 지난 6일 청구했다.
당직 판사인 호제리우 파브레투 연방 2심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을 구속 수감할 법적 사유가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룰라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부패수사를 지휘하고 룰라 전 대통령 수감을 결정한 세르지우 모루 연방 1심 판사가 "석방 명령을 이행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제4 지역 연방법원에서 룰라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하는 주앙 파울루 제브란 네투 연방 2심 판사는 "2심 법원에서 새로운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룰라 전 대통령을 석방할 수 없다"며 석방 결정을 취소했다.
제브란 네투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가 없다"며 연방경찰이 룰라 전 대통령의 신병에 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파브레투 판사는 "내 결정에 대해 동료 판사의 재심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석방 결정을 즉시 이행하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거듭 명령했다.
이처럼 연방판사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룰라 전 대통령 석방 문제는 제4 지역 연방법원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서 '좌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올해 1월 말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4월 7일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 자신도 대선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카를루스 마룬 정무장관은 "룰라가 이미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석방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연방선거법원은 8월 15일까지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