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지방선거·총통선거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작전 걱정"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대만 집권 민진당(民進黨) 인터넷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만 정부가 사이버 공간을 통한 중국의 '선거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대만 정부는 집권 민진당 홈페이지가 해킹당한 이후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2020년 초 실시될 총통선거에 앞서 중국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개입 작전을 펴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 민진당 소식통과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만 정부가 민진당 홈페이지 해킹사건 이후 중국의 사이버 작전을 걱정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앞서 민진당은 지난 3일 홈페이지가 해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진당은 해커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매체들은 중국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해커들은 민진당 홈페이지에 '중국인 누리꾼은 차이잉원(蔡英文) 연임을 지지한다', '다음 목표는 국민당' 등의 구호를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 표현으로 남겨놓았다.
이런 주장은 민진당이 계속 집권하면 중국의 압박으로 대만의 정치 상황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꼰 것으로 대만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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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중국도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사이버 작전을 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만 문제 전문가인 로렌 딕키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만의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욕망은 러시아가 미국 문제에 좀 더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사이버 수단을 쓴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차이 총통의 대변인은 "대만은 사이버전쟁의 주요 전선이 되었다"면서 "해커들은 대만 사회의 반대파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정보를 훔쳐가고 가짜 뉴스를 퍼트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11월 대만 지방선거와 2020년 대만 총통선거가 사이버 공격과 가짜 뉴스 유포의 주요 무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집권한 2016년 5월 이후 군사, 외교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에 대한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만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견해다.
FT는 지난달 25일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차이 총통 집권 후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경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강경 노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민족주의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전문가인 윌리 람(林和立) 홍콩 중문대 교수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버리고 강경한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광양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덩샤오핑이 1980년대에 제시한 중국의 외교방침이다.
민진당 소속 콜라스 요타카 입법위원은 민진당의 당직자들이 온라인 공격과 가짜 뉴스로부터 시달림을 받고 있다면서 "일부 대만인은 가짜 뉴스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대부분 중국 해커들의 소행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견해다.
대만 정부 당국자들은 대만 정부를 대상으로 이뤄진 주요 사이버 공격 진앙의 90%가 중국이라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지난달 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작년 중국 군사훈련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켜 대만 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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