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보다 더 무서워·대피훈련 도움돼"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최근 일본 서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90여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구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현지 언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지통신은 9일 폭우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초(眞備町)에서 주민들이 소방헬기나 보트 등으로 구조되는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한 70대 주민은 2층 베란다에서 구조되기 전까지 "수건을 7시간 동안 계속 흔들었다"며 "한신(阪神) 대지진을 경험했지만 이번 폭우는 정말 무서웠다"고 당시의 위기 상황을 털어놨고 통신은 전했다.
같은 마을의 50대 회사원은 "1층까지는 침수돼도 괜찮다고 보고 방심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물이 흘러들지 않은 2층 벽장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에야 구조돼 가족과 재회했다는 그는 "집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지옥이지만 지금은 그래도 천국"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비초에선 한때 최대 1천850여 명이 고립돼 건물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NHK가 전했다.
소방당국과 자위대 등은 지난 8일 노인 보건시설에 남겨진 입소자 등 약 80여 명을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조했으며 인근 병원에선 인공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을 우선해 구조활동을 펼쳤다.
지난 6일 밤 또 다른 노인 요양시설인 '실버맨션히마와리'에선 엘리베이터가 정지되자 직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도와 대피시켰다.
건물 3층에는 주민을 포함해 150여 명이 모였고 이들은 흰 천에 '150명! 물 음식'이라고 테이프를 붙여 'SOS 사인'을 만들어 주변을 지나는 헬기 소리가 날 때마다 흔들었다.
이들은 하루가 지난 7일 밤이 돼서야 현지에 도착한 자위대 보트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이 시설 직원은 "최근 한 대피훈련이 도움이 됐다"며 "힘들었지만, 모두가 함께 행동해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직원과 피난한 주민 등이 협력하며 긴박한 상황을 넘겼다고 소개했다.
마비초 지역에선 지인이나 가족을 구하겠다며 스스로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도 목격됐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지인의 가족을 구조했다는 40대 남성은 "자동차로 가면 1~2분이면 될 것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며 "도와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보트에 더 탈 수 없으니 조금만 버텨달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지난 7일 구라시키시 마비초에선 "아파트 2층에 2명이 남겨졌다, "도와달라 1층이 침수됐다", "부탁한다 아이들과 가족을 살려달라"는 등 구조를 요청하는 트위터 글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구라시키시도 관련 게시글에 "구조를 요청했으니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해 달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트위터상에서의 구조 요청에 위치 정보나 현장 사진이 붙어있으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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