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조 2025' 언급도 자제…무역전쟁 보도에 전반적으로 소극적
댓글 등 인터넷 여론도 철저한 통제 나서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정주호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비난을 삼갈 것을 지시하는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SCMP는 적어도 2개의 관영 매체가 이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영 매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인 단어를 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미국 보호무역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난은 삼가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이 이러한 지시를 내린 것은 인신공격성 비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무역갈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읽힌다.
더구나 사회 전반에 대한 철저한 통제를 원하는 중국 공산당은 인신공격성 비난을 허용했다가 중국 사회의 반미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무역정책을 거세게 비판하면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개인적 비난은 삼가는 모습이다.
심지어 트위터에 "무역분쟁 와중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 주석과) 좋은 친구로 남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로 갈등할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받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조롱했고, 북한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한 늙은이'라고 부르는 등 양측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제시한 보도지침에 따라 관영 매체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음에도 무역전쟁 자체를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환구시보가 논평을 통해 한차례 미국 정부를 비판한 것 외에는 관계 당국이나 관영 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비난의 톤을 조절하는 모양새다.
이는 과거 미국과 힘겨루기에 나설 때 관영 매체를 동원해 거센 비난전에 나섰던 것과는 딴판의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특히 무역전쟁의 핵심 근원이 된 중국의 미래 산업전략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1∼5월 '중국제조 2025'를 언급한 보도는 모두 140차례에 달했으나, 6월 5일 이후에는 관련 보도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치열한 무역대치 속에서 '중국제조 2025'를 철저하게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홍보하고 그 성과를 선전하는 것이 되레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의심을 살 수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여론에 대한 철저한 통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한 포털업계 인사는 "무역전쟁과 관련된 글에서 20여 개의 걸러진 댓글 외에, 수만 개에 달하는 반미 애국주의 정서가 담긴 댓글은 모두 일률적으로 가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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