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2심서 "면세점 탈락도 정부 압박으로 느껴"
"대통령에게 면세점 잘 봐달라는 말, 상상 못 할 일" 청탁 부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고동욱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앞두고 "정부가 더이상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신 회장은 9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 나설 당시의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변호인이 "경영권 분쟁 이후 공정위와 국세청, 금감원 등에서 집중 조사를 시작해 당시 피부로 전방위 압박을 느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대통령이 본인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냐"고 묻자 "그렇게 많이 걱정했다"고 답변했다.
신 회장은 변호인이 "경영권 분쟁으로 대통령이 피고인을 나쁘게 보는 것 같고, 정부 압박도 들어오는데,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면세점 좀 봐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하기 전에 당시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을 불러 대통령과 나눌 이야기를 상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두 임원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으니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국가 경제에 최선을 다할 테니 너그럽게 봐달라고 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신문 내용을 듣던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2015년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것도 롯데에 대한 정부 압박의 일환으로 여겨졌느냐"고 물었다. 신 회장은 "저희가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또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앞두고 이인원 등과 상의하면서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신 회장은 이 질문에 "당시엔 계속 국세청이나 여러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 게 너무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도 좀 조용해지니 더이상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미였다"고 답했다.
신 회장은 그로부터 며칠 뒤 박 전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스포츠 육성을 위한 자금 지원 요청을 받았다.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11일부터는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 비리' 사건의 항소심 심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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