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백악관 근무경력…빌 클린턴 '섹스스캔들' 특검 보고서 초안 주도
전임자 케네디보다는 보수적이지만 '트럼프 1호 대법관' 고서치보다는 중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브렛 캐버노(53)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보수 성향의 헌법 '원전주의자'(originalist)로 평가받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달 말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캐버노 판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등 정치 경험을 갖춘 인물로, 보수층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사 중의 판사'로 부른 캐버노는 보수적인 미국 법조계에서 헌법을 입법할 당시의 의도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리지널리스트'로 평가받는다.
최근 논픽션 '힐빌리의 노래'로 보수 진영의 스타로 떠오른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J.D. 밴스는 이 책에서 그의 예일대 로스쿨 교수 중 한 명이었던 캐버노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확실히 하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헌법의 권력분립 가치를 깊이 믿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캐버노가 "헌법을 충실히 적용해왔고, 그로 인해 외로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그랬다"면서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에서 특히 고집스럽게 그렇게 했다. 그것은 선출되지 않은 관료로부터 권한을 빼앗아 선출된 관리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캐버노가 전임자인 앤서니 케네디보다 더욱 오른쪽으로 치우친 인물이라고 평하면서 총기 소지 권한, 낙태, 권력분립 등의 문제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왔다고 전했다.
따라서 캐버노가 의회 인준을 받는다면 낙태권은 약해지거나 위태로워지고, 사형에 대한 사법부 내 지지세가 커지는 한편, 규제 기관의 권한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캐버노는 지난해 밀입국 미성년자가 낙태를 위해 이민자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내며 트럼프 행정부의 편을 들어 조명을 받았다.
그는 해당 판결이 "미국 정부 수용소에서 불법 이민자 미성년자들이 요구만 하면 낙태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2011년에는 대다수 반자동 소총을 금지한 워싱턴 D.C. 법령을 인정한 순회법원 판결에 대해 개인의 총기 소지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2조는 반자동 소총 소유의 권리도 포함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의 인준을 두고 민주당의 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캐버노를 포함해 대법관 최종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이 모두 "과도하게 보수적"이라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공화당 상원 내 온건주의자들을 대상으로 반대표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캐버노의 성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명한 또다른 대법관인 닐 고서치보다는 보수 색채가 덜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정치 기부금을 토대로 각 연방법원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1980년 이후 임명된 전·현직 연방법원 판사 중 캐버노의 보수성은 전체 판사를 100%로 볼 때 66% 정도에 위치했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고서치는 85% 정도다.
그는 전임자인 케네디 전 대법관과도 인연이 있다.
예일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0년대 초 케네디 전 대법관의 서기로 일한 적이 있어서다.
그는 이후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로 널리 알려진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팀에 합류, 스캔들에 관한 특검팀 보고서 초안 작성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 때문에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오랜 '적'으로도 꼽힌다.
또 2000년 대선 결과를 두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주 전체에 대해 수작업 개표를 요구했을 때 조지 W 부시 후보 측 편에 섰다. 그는 부시 후보가 당선된 이후 백악관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는 12년간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일하면서 300여 개의 의견을 작성하고, 여러 편의 로리뷰(Law Review)를 내고, 로스쿨에서 강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또 가톨릭 봉사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워싱턴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2010년과 2015년에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이력도 있다.
캐버노는 1965년 2월 12일 워싱턴에서 태어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자라는 등 워싱턴 인근을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다.
외동아들인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 고등학교 역사 교사였던 어머니 마사 캐버노는 뒤늦게 로스쿨에 들어가 학위를 취득한 뒤 메릴랜드주 판·검사로 일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받은 뒤 "저녁 밥상 앞에서 최종변론을 연습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법을 접했다"고 말했다.
아내 애슐리 역시 부시 전 대통령의 개인 비서로 일한 적이 있다. 현재는 이들이 사는 메릴랜드 외곽 마을의 마을 관리자로 일한다. 이 부부는 두 명의 딸을 두고 있으며 캐버노는 딸들이 활동하는 농구팀 코치로 일하는 등 자녀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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