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소비부진 겹쳐 가격하락, 핵가족화 한몫…"미니·조각과일 개발해야"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수박 한 통에 2천원, 3천원"
경남 창원시에 사는 주부 김 모(39) 씨는 최근 아파트 앞 마트를 지나다 귀를 의심할 만큼 깜짝 놀랐다.
트럭 위에 가득 실린 대형 수박을 든 상인 2명이 외치는 소리였다.
마트 앞에는 파격 할인가에 갑자기 몰려든 이들이 양손에 수박을 한 통씩 든 채 붐볐다.
김 씨는 10㎏이 넘는 대형 수박을 3천원에 사 집에 가져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쪼개 보니 달고 맛도 좋았다.
김 씨는 달고 맛있는 큰 수박을 너무 헐값에 사 와서 먹으니 한편으론 농민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이 큰 수박을 막상 쪼개놓고 보니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엔 이미 다양한 식재료 등이 가득 차 있어 큰 수박을 보관할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갓 사 온 수박을 잘라 줬지만, 1∼2조각을 먹고는 고스란히 남았다.
반으로 자른 수박 중 절반 이상 남은 것은 수박을 작게 잘라 냉장고에 겨우 넣었다.
하지만 남은 수박은 냉장고에 넣을 곳이 없어 랩을 씌우고 친정집까지 배달해야 했다.
이렇듯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진주 시내 한 과일마트 상인은 "장마철 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소비부진까지 겹쳐 수박이 영 팔리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만원선이었던 대형 수박값을 절반 수준으로 내려도 선뜻 사가는 소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 수박 소비가 줄어드는데도 계속 출하하면서 재고 물량이 쌓이고 있다.
수박 상인은 "요즘엔 핵가족 시대로 큰 수박을 사서 먹더라도 많이 남기 때문에 사는 걸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형 과일인 수박을 찾는 이들은 더 줄고 있다.
진주에서 10년째 수박 농사를 짓는 하 모(61) 씨는 이처럼 대형과일이 잘 팔리지 않자 대체작목을 검토하고 있다.
도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무게가 8∼10㎏씩 하던 수박을 3∼4㎏, 1㎏ 수준인 '애플수박' 등 작은 수박을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 수박 껍질 색깔이 노란색, 검은색 등 '컬러수박' 개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오주열 박사는 11일 "소비시장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농민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는 중소형·미니 수박 개발에 열을 올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한계가 있는 미니수박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과 외국에선 대중화된 혼자 사 먹기 좋은 조각과일 등에 대한 저장·유통기술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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