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팀 선수·코치 13명 최장 17일간 고립…다국적 구조팀 투입
열대 우기 폭우로 난항…사흘간 비 소강상태 틈탄 구조작전 성공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동굴에 최장 17일간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등 13명이 모두 무사히 구조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들이 실종됐을 때만 하더라도 열대 우기(몬순)에 접어들면서 동굴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생존 여부가 불투명했다.
소년들이 동굴에 고립된 것은 지난 6월 23일이었다. 치앙라이주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 클럽에 소속된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오후 훈련을 마치고 탐 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1∼16세인 선수들의 부모가 이날 밤 실종 신고했고, 동굴 입구 근처에서 소년들의 자전거와 신발 등이 발견됐다.
또 다음 날 소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과 발자국이 발견되자 6월 25일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들이 잠수해 동굴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과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등 다국적 구조팀이 꾸려졌지만, 동굴 내부 수로의 거센 물살과 폭우 등으로 한때 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
야속한 비는 계속 내렸고, 동굴 주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부모는 애간장이 타들어 갔다.
구조 당국은 배수용 펌프를 총동원해 동굴 내 수위를 낮췄고 6월 30일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덕분에 잠수사들의 수색이 활발해졌다.
이달 1일에는 소년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수백 개의 산소탱크를 동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기적은 소년들이 실종된 지 열흘째인 지난 2일 시작됐다.
이날 밤 영국 다이버들이 동굴 입구로부터 약 5㎞가량 떨어진 곳의 경사지에서 소년들과 코치가 모두 살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날 곧바로 비상식량과 구급약을 공급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사 1명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 3명이 소년들의 곁을 지켰다.
4일에는 잠수훈련이 시작됐다. 이들이 동굴 밖으로 나오려면 4개 구간의 '침수 구역'을 잠수해서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장 80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침수 구역 가운데 일부는 폭이 60㎝로 좁아 잠수장비를 벗어야 통과할 수 있어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었다.
동굴 내 공기주입구 설치작업을 하던 전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이 6일 산소 부족으로 숨지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폭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구조 당국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당국은 8일을 'D데이'로 잡았다. 동굴 내 수위가 어느 정도 내려가고 응급처치를 받은 소년들의 건강상태가 다소 호전된 덕분이다.
이날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간) 다이버 18명(외국인 13명,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 5명)을 투입해 11시간 만에 소년 4명을 동굴 밖으로 무사히 데리고 나왔다. 실종된 지 16일 만에 거둔 성과다.
9일에도 체력이 고갈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같은 잠수사들이 들어갔다.
구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지형을 숙지한 다이버를 활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전날보다 2시간 단축된 9시간 만에 4명을 추가로 구조할 수 있었다.
13명 전원 구조라는 기적은 10일 완성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잠수사 19명이 들어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소년 4명과 코치를 모두 구조했다.
구조작업이 본격 진행되는 동안에도 간간이 비가 쏟아졌지만, 다행히 동굴 내 수위를 높일 정도는 아니었다.
현지 구조 지휘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공 여부는 쁘라삐룬(인도 신화에 나오는 비를 관장하는 신 '바루나'의 태국어 명칭)의 손에 달렸다"고 말해왔는데 하늘이 도운 것이다.
또 소셜미디어에는 태국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네티즌들의 글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연일 쇄도했고, 소년들이 다니는 학교를 비롯해 곳곳에서 기도회가 잇따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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