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한국경제…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일자리 쇼크 장기화

입력 2018-07-11 12:20   수정 2018-07-11 14:28

내우외환 한국경제…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일자리 쇼크 장기화

소비·투자 꺾이고 수출마저 불안한 출발…무역전쟁에 수출전선 격랑
전문가 "고용 부진 장기화 우려"…올해 성장률 목표 3% 달성 '불투명'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한국 경제가 기댈 곳 하나 없는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렸다.
내수 증가세가 약화한 가운데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장기화로 제조업 일자리 감소폭은 커졌다. 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에도 못 미치는 '일자리 쇼크'는 5개월째 이어지며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용부진이 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수출마저 내리막을 걸으면 내수·수출·고용 모두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저효과에도 6월에 일자리 쇼크가 이어진 데 대해 놀라워하면서, 하반기에도 고용상황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 소비·투자 부진속 구조조정 장기화로 5개월째 일자리 쇼크

내수 증가세가 약화한 가운데 일자리 쇼크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5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1.0% 줄며 두 달째, 설비투자는 3.2% 줄며 3개월째 각각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내수 증가세가 약화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경기개선세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지난 10일 진단했다.
일자리 쇼크 장기화는 내수 추가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은 14만2천명에 그쳤다. 지난해 증가폭 31만6천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쳤던 2009년 하반기(-2만7천명 )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부진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어서다.
2분기 제조업 취업자는 9만1천명 줄어들어, 2017년 2분기(-2만1천명) 이후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6월만 보면 12만6천명 감소해 2017년 1월(-17만명)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 일자리는 구조조정 영향으로 많이 빠졌다"면서 "자동차나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에서 남성 중심으로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도소매업 취업자는 지난달 3만1천명, 숙박음식업은 1천명이 각각 줄며 감소행진을 이어갔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고용이 안 좋으니 소비도 회복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고용은 소비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 미·중 무역전쟁 시작됐는데…수출은 '마이너스' 출발


그나마 의지할만하다고 평가를 받던 수출마저 삐걱대고 있다.
고용이 가계 소득을 줄여 내수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9% 줄었다.
통상 10일간 수출 속보치는 조사 대상 기간이 짧다 보니 조업일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이달 1∼10일 조업일수는 7.5일로 1년 전보다 0.5일 더 길었음에도 수출액은 줄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달 1∼10일 수출이 줄어든 것은 1년 전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출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 성장세에 크게 기여했던 수출 증가세는 최근 횡보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개월간 증가세를 이어가던 수출은 지난 4월 1년 전보다 1.5%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5월에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6월에는 다시 소폭 감소하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대외 통상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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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자 재보복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주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처럼 확산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대중수입이 10% 줄면 대중 수출이 282억6천만달러(약 31조5천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대중 수출 규모의 19.9%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미·중이 예고대로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도 대미·대중 수출 감소 폭은 각각 2017년의 0.09%, 0.19%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제전문가 "고용침체 장기화 우려…3% 성장 어려울 듯"
<YNAPHOTO path='C0A8CA3D0000015EFF93CC920015A669_P2.jpeg' id='PCM20171009000026044' title='성장률 0%대 중반, 연 3% 성장 '가물가물' (PG)' caption='[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고용 회복은 쉽지 않다고 전망하면서, 올해 한국경제가 3%대 성장세를 이어가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로 (6월)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대 가까이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안 좋은 수치"라면서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장기화하고 있어 제조업경기가 안 좋은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향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건설업 부진의 여파가 본격 영향을 미치면서 취업자 증가폭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출까지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하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고용은 장기침체로 접어드는 것 같다"면서 "이에 따라 소비도 회복이 안 되고, 수출도 안 좋으니 대외수요도 동반하락해 내외수요가 동반 침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간다면 3% 성장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 시장 침체, 구조조정 등이 맞물리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로시간과 채용인력 감소, 최저임금 불확실성으로 인한 신규채용 감소가 고용부진의 원인"이라며 "정부의 명확한 스탠스가 없어 고용부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인 3%를 달성하기는 어려워보인다"면서 "통상환경이 너무 악화한 데다 비용문제로 기업이 추가채용에 나서기 어려워 당분간 침체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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