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과 보복' 경계에 선 민선 7기 첫 인사…곳곳 후유증 노출

입력 2018-07-12 07:01  

'쇄신과 보복' 경계에 선 민선 7기 첫 인사…곳곳 후유증 노출
수장 바뀐 자치단체들 대대적 물갈이에 일부 '보복성' 논란도
"조직 쇄신 명분으로 한 보복·정실인사는 경계해야"




(전남=연합뉴스) 조근영 형민우 손상원 기자 = 박우량 신안군수는 지난 4일 직원들에게 이메일 서한을 보냈다.
"인사 대상자들에게 사전 면담을 통해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했다.", "인사에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조직 발전을 위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군수가 취임 직후 인사를 단행하고 이례적으로 부하 직원들에게 '너그러움'을 바란 데는 이유가 있다.
12일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단행된 인사를 두고 곳곳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단체장이 바뀐 곳에서는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 또는 예고돼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신안에서는 최근 세무회계과장과 보건소장이 의회 전문위원으로 발령 났다.
지역경제과장은 신재생에너지 팀장으로 전보됐는데 현재 팀원은 한 명도 없다.
전임 고길호 군수 시절 요직을 맡았던 3명이 좌천성으로 평가되는 인사 대상이 됐다.
전임 지역경제과장과 보건소장은 부부로, 이번에 군정에 복귀한 박 군수가 이끌었던 민선 5기 때도 기피 근무지인 섬 출장소에 배치됐다.
신안에서는 명예퇴직 압박을 느끼는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군은 전남에서 민선 7기 인수위 활동이 가장 뜨거운 곳으로 떠올랐다.
고흥군수직 인수위는 6·13 지방선거 후인 지난달 18∼22일 5일간 100건의 수의계약, 인사 난맥상 등 지난 임기 군정의 민낯을 연일 폭로하고 있다.
3선 연임을 마친 박병종 전 군수에 이어 송귀근 군수가 취임한 고흥군은 대규모 인사에 착수했다.
최근 인사에서 행정과장은 대서면장으로 발령 났으며 투자유치과장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조직 관리 등 핵심 업무를 다루는 행정과장의 면장 발령은 인사 폭풍의 신호탄으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인식된다.
고흥군 관계자는 "군수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해 대체로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적폐 청산도 좋지만, 묵묵하게 일해온 공무원까지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는 아니지만, 전남도교육청도 장석웅 교육감 취임 이후 예고된 대대적인 인사 절차에 착수했다.
교육청은 교육국장, 정책기획관, 본청 과장, 교육장 등 장학관 전원과 직속 기관장, 부장 등 교육연구관 전원에게 전직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애초 간부들에게 보직 사퇴서를 일괄적으로 받는 초강수까지 검토했지만, 강압적인 인사 방식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해 전직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전문직과 교원 간 인사 교류를 말하는 전직(轉職)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보직 사퇴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 교육감은 최근 확대 간부회의에서 "쇄신과 발탁의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연줄이나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인사 결과가 더 시선을 끌게 됐다.
인사 불안감은 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에까지 퍼졌다.
대개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도 자의나 타의에 의해 갈리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올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에게는 남은 임기를 보장하되 그 이후 임기 만료자는 경영 성과 등 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일괄 사표를 받는 등 인위적 교체 방식은 지양했지만, 임기가 많이 남은 기관장들에게는 사실상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민선 7기 철학과 배치되는 인물은 자연스럽게 물갈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22개 공사·공단·출연기관 가운데 연말 이후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은 내년 7곳, 2020년 7곳, 2021년 1곳 등 모두 15곳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을 각성시키고, 임기 시작에 맞춰 새로운 정책과 비전에 맞는 인물을 요직에 활용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인사권이 선거 과정에서 상대 진영에 줄을 섰던 인물에게 보복하고, 반대로 공을 세운 측근은 챙기는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gy@yna.co.kr, minu21@yna.co.kr,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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