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확대 의지 과시, 독일과 대미 공동전선 강화 의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중국이 이례적으로 독일 화학 회사 바스프(BASF)가 단독 지분으로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무역 정책에 맞서 독일 정부와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회담하고 22건의 양국 간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바스프사의 광둥성 잔장(湛江)시 화학 공장 설립에 관한 협약이다.
바스프는 100억 달러(11조2천억원)를 들여 2030년까지 연간 10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외국 투자가 될 전망이다. 향후 바스프는 신규 법인 지분의 100%를 보유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외자 유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중국 정부가 합작 방식이 아닌 단독투자를 허용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주요 기간 산업 분야에서 외국 투자를 유치할 때 자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하도록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단독투자 허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국영기업들이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화학 분야에서는 대규모 외자 단독투자 허용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이를 두고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시장 개방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무역 정책에 고전하는 독일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로펌 데커트의 파트너인 타오징저우(陶景洲) 변호사는 "리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함께 화학 공장 프로젝트를 발표함으로써 강한 협력의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미국과 무역전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중국은 세계에 시장 개방의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메르켈 총리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 균형을 추구할 핵심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바스프에 100% 지분 투자를 허용한 것은 중국이 그간 외국 투자자들에게 '강요'해온 합작 형태가 기술 유출의 창구로 활용됐다는 미국 측의 비판 논리에 대응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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