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바닥에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 같은 병원'(런던)'
'지옥 같은 곳'(브뤼셀)
'너무 사악해 경찰도 가기를 거부하는 곳'(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이들 유럽 주요 도시의 특성을 이렇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트럼프의 브뤼셀, 런던, 헬싱키 등 유럽 주요 도시 순방을 앞두고 그가 행한 부정적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3개 도시에는 매년 1억 명의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신선한 크루아상을 먹고 먹음직스런 영국식 아침 식사를 즐기며 강한 맛을 내는 벨기에산 맥주를 마신다.
트럼프는 이번 주 브뤼셀과 런던, 헬싱키 방문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선거유세 기간이나 그 이전 그는 유럽대륙을 용감한 사람만이 감히 들어갈 수 있는 종말 후의 모습으로 묘사했었다.
유럽에 대한 그의 이런 부정적인 언급은 유럽 출신 이민과 연관이 있다.
또 그가 미 행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한층 강력한 이민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럽 출신 이민자들은 유럽 주요 도시에 대한 그의 광범한 부정적 묘사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번 유럽방문 기간 부정적으로 표현했던 도시들을 방문하거나 지나쳐간다.
이에 따라 그의 이번 유럽방문이 어색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WP는 예상했다.
트럼프는 10일 첫 방문지 브뤼셀에 도착한다.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 방문했던 도시다.
이에 따라 벨기에인들은 2016년 브뤼셀을 '지옥 같은 곳'이라고 묘사했던 그에게 이미 앙갚음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어 그는 약삭빠르게 곧바로 런던으로 날아간다.
트럼프는 파리는 그냥 지나친다.
그는 2015년 파리를 '너무 사악해서 경찰도 가기를 거부하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파리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본 뒤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는 모든 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트럼프는 런던에서 가장 힘든 여정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악화한 여론 탓이다.
백악관은 런던 방문 계획을 여러 차례 연기하다 국빈방문 대신 공식방문으로 격을 낮췄다.
지난 5월 런던의 한 병원을 전쟁터로 묘사해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실무방문이 확정된 것이다.
서유럽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런던은 자유주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고 사회운동가들은 몇 주째 트럼프 방문을 벼르고 있다.
수만 명이 항의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일행은 짧은 시간 런던에 머물다 떠날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정도 런던에 머물게 되는 트럼프는 스코틀랜드의 초청을 받아 그곳에 머물면서 유럽인들의 분노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 이전까지는 그의 과거 부정적 발언으로 악화한 유럽인들의 민심이 끝까지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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