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달리는 구급차에서 30대 여성이 119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새 생명을 출산했다.
11일 경기도 고양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9분께 고양시 덕양구에서 임신부 A(37)씨가 배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아파트 입구에서 A씨와 A씨의 남편을 기다렸는데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비명만 들렸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하는 짧은 시간 사이에 갑자기 분만 진통이 시작된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져 전혀 움직이지조차 못하는 A씨를 들것을 이용해 구급차로 이송한 대원들은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구급경력 4년 차인 변선웅(37) 소방사는 바로 분만 준비를 시작했고, 구급경력 3년 차인 권민철(32) 소방사는 운전대를 잡았다.
구급차가 출발하자마자 A씨는 "아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더 큰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아기의 머리가 보였고, 곧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구급차 안에서는 불과 몇 분 만에 여아의 울음소리가 울렸고, 변 소방사의 도움을 받아 A씨의 남편은 직접 탯줄도 잘랐다.
변 소방사는 간호사 출신이지만 직접 아기를 받아본 적은 없었으나, 그간의 교육경험을 되살려 제대로 산파 역할을 해냈다.
출산 도중에도 연신 "아가야 미안해"를 외치던 A씨도 건강히 태어난 아기를 보고 소방대원들에 감사함을 표했다.
변 소방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산모와 아기의 건강이 걱정돼 잠깐이지만 지옥과 천국을 오간 것 같다"면서 "무사히 출산하게 돼 구급대원으로서 정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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