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보호무역에 공장 역외유출까지…대구·경북 경제 '휘청'

입력 2018-07-12 07:30  

미국발 보호무역에 공장 역외유출까지…대구·경북 경제 '휘청'
포항·구미·대구·경주 등 주력산업 피해 불가피


(대구·포항·구미=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대기업 공장 역외유출 등으로 대구·경북지역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북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인 포항(철강)과 구미(전기·전자)가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의 철강제품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EU 철강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수입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를 잠정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수입량에 따라 나라별 쿼터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EU에 국산 철강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EU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4% 정도여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EU 수출이 감소하는 다른 국가 철강제품이 동·서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경우 수급 악화가 불가피해 중견 철강업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포항 철강업체들은 이미 미국이 요구한 쿼터제(2015∼2017년 평균의 70%) 수용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포항시는 미국의 철강 규제로 인해 넥스틸, 세아제강 등 지역 철강업체 피해액을 2천억원으로 추정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넥스틸은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법 외에 돌파구가 없다며 현지 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수출량이 적어 타격이 덜했지만, EU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기업들이 떠나고 빈 공장이 늘어나 지역 경제계를 긴장시킨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구미사업장 네트워크 사업부를 수원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이 "구미사업장 인력 1만명 가운데 네트워크 사업부 일부 인원만 빠져나간다"고 해명했지만, 지역 경제계는 최근 10년 동안 근로자 수가 계속 감소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지역 상공인들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수도권 이전설 등으로 걱정이 많다.
1조5천억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구미산단 5단지 분양률은 15% 정도에 그치고, 기존 공단 곳곳에 빈 공장을 팔거나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리는 현실은 이런 걱정에 부채질한다.
이런 상황에서 구미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 7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기업경기전망에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9로 2분기 112보다 무려 33포인트나 하락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에서 휴대전화 부품 수출 둔화,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부진, 중국업체 LCD 패널 생산 확대 등에 따라 휴대전화·디스플레이 생산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대구와 경북 경산, 경주에 산재한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수입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 정부 방침을 걱정하며 정부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협력업체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yi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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