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대일로다. 두 강대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놓고 출구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누그러지기는커녕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2천억 달러(약 223조 원)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10%를 물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25% 관세 부과를 확정한 500억 달러(약 56조 원)와 합치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물리는 고율 관세의 대상이 자그마치 2천500억 달러 규모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5천55억 달러)의 딱 절반 정도다.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무역전쟁의 판이 너무 커져 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심각한 상황이 현실로 닥친 셈이다.
미국이 2천억 달러 중국 제품에 바로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음 달 30일까지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부과 대상 목록을 확정하는 절차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그 사이에 타협점을 찾으면 무역전쟁이 누그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짧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길게는 대통령 선거 승리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히 타협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중국에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 축소와 첨단기술 탈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5천660억 달러 가운데 중국으로부터의 적자가 3천752억 달러다.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천539억 달러에 그친다. 그러니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전체에 높은 관세를 물린다 해도 같은 규모의 맞대응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도 쉽게 물러설 기미는 없다. 미국과 1 대 1 맞대응은 아니더라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핀셋' 대응으로 버틸 공산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행위에 경악을 느낀다. 중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의 판이 커지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어차피 생산된 제품을 유럽 등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저가로 밀어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장벽을 치면 대공황 이후에 나타났던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등의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수입 자동차 관세율을 25%로 올리기 위한 조사에도 이미 착수했다. 서로가 서로에 관세장벽을 높이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면 세계 교역규모는 급감한다. 무역장벽을 높인 1929년∼1933년 세계 교역량은 이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소홀히 대비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지난해 총수출액(5천731억 달러)의 24.8%인 1천421억 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이 중 78.9%가 중간재였다고 한다. 한국산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 우리 수출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 쇼크가 5개월째 이어지고 소비와 투자도 꺾이며 현재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다. 잘 나가던 수출마저 불안하면 그야말로 설 곳이 없어진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노조가 12∼13일 부분파업에 들어가고 금융노조도 파업을 결의했다고 한다. 임박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14일)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의 회의 불참선언 소식도 들린다. 노사가 양보의 지혜를 짜내 한국 경제위기의 탈출구를 찾아야 할 때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