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엘살바도르 현 대통령이 자국 주재 외교관의 납치·실종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11일(현지시간) 일간 엘 디아리오 데 오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산체스 세렌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외교관의 납치·실종 사건에 대해 법정에 출두해 증언하도록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아치발드 가드너 던 외교관의 가족들이 세렌 대통령이 지휘했던 전 게릴라 조직 인민해방군(FPL)이 가드너 던의 납치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뤄졌다.
가드너 던 외교관은 60세였던 1979년 11월 28일 대사관 앞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끌려갔다.
가드너 던 외교관의 가족들이 제출한 소장을 보면 FPL은 가족들이 지급한 몸값 200만 달러를 받아놓고도 그의 행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가족들은 가드너 던의 생사 등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세렌 대통령을 상대로 인신보호영장(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엘살바도르 언론들은 가드너 던이 납치된 지 약 11개월이 지난 1980년 10월에 FPL이 요구에 응하지 않는 그를 처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FPL 등 좌익 게릴라 조직들은 훗날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에 규합됐다.
FMLN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엘살바도르 군부는 1980∼1992년에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벌였고, 이 기간에 7만5천 명이 숨지고 8천 명이 실종됐다.
시골 교사 출신인 세렌 대통령은 내전 당시 게릴라로 활약하면서 총지휘관까지 지냈으며, 반군 사령관으로는 처음으로 2014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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