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 도달" vs 노동계 "문제는 재벌중심 경제"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7월 14일)을 이틀 앞둔 12일 노동계와 경영계가 열띤 장외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쟁점으로 삼아 양측이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며 맞서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최저임금 모라토리엄' 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만큼, 더 오르면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없다는 게 연합회의 입장이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영계는 지난 10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 방안이 부결된 데 대해 연일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에서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9명은 당시 전원회의에서 집단 퇴장했고 11일 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일단 최저임금위 불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오른 탓에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은 심각하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도 낮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위 설문조사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은 영세 자영업자가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숙박·음식점업에서 63.2%로, 가장 많았다.
일각에서는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 수준에 머무르는 등 '일자리 쇼크' 현상이 나타난 데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다만, 통계청은 숙박·음식점업 등 업종의 취업자 감소 폭이 줄어드는 점 등을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의 관련성을 규정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경영계와는 달리, 노동계는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해법을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아닌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은 최근 최저임금위에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건의서에서 근로자위원들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의 핵심이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있다며 이를 해소할 구조적 개혁을 촉구했다.
상가 임대료 인상 제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수료 인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지역상권 보호, 사회보험료·세제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도 제안했다.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모순을 호도하는 것이며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에서 해법을 찾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재벌 중심 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노동계와 소상공인이 연대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1만원과 상가 임대료 제한 등 중소상인 지원책을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둘러싼 노·사의 논쟁은 오는 13일 열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13일 전원회의부터 노·사 양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수정안을 제출받아 격차를 좁혀나갈 예정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790원을, 경영계는 7천530원(동결)을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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