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 이유…외딴 지역 200만명 불편 예상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장거리 버스 노선 업체인 캐나다 그레이하운드가 서부 캐나다 지역의 노선을 전면 폐쇄할 계획을 밝히고 나서면서 벽지 원주민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레이하운드 캐나다는 고질적인 승객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앨버타, 새스캐처원, 매니토바 주 등 서부 지역 운행 노선을 오는 10월부터 전면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레이하운드 측은 성명을 통해 노선 유지를 위해 그동안 정부 측에 보조금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며 불가피하게 노선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BC주 밴쿠버와 미국 시애틀을 운행하는 노선 한 곳에 한해 운행이 계속되며 온타리오 및 퀘벡 주 등 동부 지역의 운행은 변함없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레이하운드는 벽지 소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 버스업체로 차체에 달리는 개를 상징 로고로 새기고 오랜 기간 장거리 승객의 발이 돼 왔다.
버스 노선이 폐쇄되면 당장 농촌과 원주민 거주 지역인 북부 취약지역의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져 생활 불편과 의료 서비스 장애 등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야당 측은 이날 자유당 정부에 노선 운행이 계속될 수 있도록 그레이하운드에 정부 지원을 제공하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레이하운드의 스튜어트 켄드릭 부사장은 성명에서 "이런 결정을 하게 돼 유감스럽다"며 "작은 마을들 많은 곳에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운행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노선의 운행 중단으로 약 200만 명이 불편과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직원도 415명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레이하운드 측은 이 지역의 승객이 지난 2010 이후 41% 감소했다면서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저가 항공 등장과 정부의 규제 및 승용차 증가 등으로 지난 2004년부터 적자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스튜어트 부사장은 지난 수년간 연방 및 해당 주 정부에 적자 보전과 운행 유지를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정부 측도 이를 잘 알고 있으나 지원대책 마련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원주민 단체에서는 안전한 교통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원주민 여성 실종· 미제 살인사건이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오지 취약지역 여성들의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신민주당(NDP)의 재그밋 싱 대표는 북부 원주민 취약지역의 버스 운행이 유지되도록 쥐스탱 트뤼도 정부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들이 평소 그레이하운드 버스 운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원주민 지역이 외딴 곳으로 고립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은 그러나 그레이하운드가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상업 업체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면서 장거리 버스 업체에 공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정부 기금은 없다는 입장이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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