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지도자 한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렬한 반성이 없으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반드시 이번 기회에는 혁신을 하고자 합니다."
종단 안팎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잡음 속에 위기를 맞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공동체 의식 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혁신에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있는 그대로를 잘 돌아보지 못했다며 충분히 내부적으로 성찰하고 혁신위 활동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감 스님은 "우리가 세운 법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계율과 스님들의 일상사, 다툼이 생겼을 때 불교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며 불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미래를 열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PD수첩'이 지난 5월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종단 고위직 스님들에 대해 비위 및 일탈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계종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다.
방송 전부터 일부 스님들과 불교계 시민단체 등이 적폐 청산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갈등이 쌓여왔다.
여기에 설조 스님이 지난달 20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 위태로워졌다.
종단 개혁과 정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해법을 놓고는 의견이 극명히 엇갈려 사태는 점점 꼬이고 있다.
일감 스님은 "예전 같았으면 총무원장 스님 한 분 바꾸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총무원장이 바뀌어도 우리가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면 문제가 반복된다"며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총무원장 스님의 의혹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깥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죄송스럽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그런 자세를 일찍 가지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하고, 좀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조 스님 단식에 대해서는 "종단이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뜻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설조 스님 측을 만나 마음을 풀고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바르게 사는 대다수 스님, 종도, 국민에게 참회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이 지난달 11일 발족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PD수첩' 사태에 대응해 교단 자주권을 지키고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비상기구다.
종단 자주권 수호위원회, 의혹 규명 및 해소위원회, 제도 혁신위원회 등 소위원회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다음 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일감 스님은 "의혹만으로 총무원장 스님이 물러날 수는 없으며 사실이 분명해져야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의혹 규명 및 해소위원회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친자 의혹 등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시간에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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