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사유도 충실히 밝혀 의결권 실효성 제고
주요 안건은 보도자료 배포해 관련 내용 상세히 설명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이 7월말부터 주주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하면서 투자기업의 주총에 앞서 의결 예정 안건에 대해 내린 찬반 결정내용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국민연금의 주총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스튜어드십코드 세부지침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에서 국민연금은 기업의 '경영간섭' 시비와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 해소 차원에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등 '경영참여' 활동을 제외하고 연금자금을 맡긴 자산운용사(위탁운용사)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임하는 등 주주권 행사범위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연금기금 수익과 밀접하지만, 경영참여에는 해당하지 않는 배당 관련 주주활동에 집중하고 내실화하기로 했다.
배당성향이 낮거나 배당정책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과의 대화에 나서고, 그런데도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 블랙리스트에 올려 공개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직접 주주제안권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투자기업의 모든 주총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사전에 내린 찬반 결정내용을 원칙적으로 주총 이전에 모두 공시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찬반 결정 사항을 제외하고는 의결권 행사 내역을 주총 이후 14일 이내에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반대사유를 충실하게 밝혀서 의미 있는 정보를 시장관계자들에 제공하고, 다른 주주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공개 주주활동 대상 기업에 대한 안건은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주식시장의 큰손'이지만,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 등의 조롱을 받았다.
해마다 주총에서 찬성표만 던지고 반대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은 데다,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주총에서 실제 부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17년 국민연금이 반대한 373개 안건 중에서 부결된 경우는 단 7건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은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이 결정한 모든 안건을 주총 이전에 미리 공개하고 다른 주주들이 국민연금과 행동을 같이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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