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사용자' 아니라 판단…코치·교장·학교는 4억6천만원 공동 배상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코치의 구타로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고교 학생 선수에게 학교장과 학교법인은 손해를 배상할 공동책임이 있지만, 해당 운동부의 감독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감독이 코치를 지휘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사용자'의 위치에 있지는 않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원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고교 핸드볼부 소속이던 학생 A군과 가족이 코치 최모씨와 감독, 학교장,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코치와 학교장 및 학교는 총 4억6천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군은 지난해 2월 학교 체육관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코치 최씨에게 '엎드려뻗쳐' 자세로 기합을 받고 머리와 배 등을 여러 차례 걷어차였다가 뇌 손상으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최씨는 A군 등이 전임 코치와 함께 자신에 대해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어 A군과 가족이 낸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코치 최씨는 물론이고 학교장과 학교법인도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방학 기간이지만 핸드볼부의 정식 동계훈련 중에 사건이 벌어졌고, 핸드볼부 코치로서 교육활동에 관해 손해를 가했다"며 "따라서 코치를 고용한 사용자나 사용자를 대신해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장의 경우 코치를 고용해 구체적으로 사무를 감독했고, 학교법인은 코치와 직접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학교장을 통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있으므로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사용자라고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민법 제756조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사용자로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와 '사용자에 갈음해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 등을 규정한다.
그러나 핸드볼부 감독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책임을 지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독이 자신을 보좌하는 코치에게 핸드볼부 학생 교육에 관한 구체적 업무 지시나 협의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하더라도, 코치를 선임하거나 근무시간·보수 등 근로 내용을 정하고 이를 감독해 계약의 해지·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지위는 아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A군이 먼저 코치에 대해 험담을 해 폭행을 유발한 만큼 책임도 일부 제한돼야 한다는 코치와 학교 등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A군의 피해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생이 험담했다고 해서 코치가 체벌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험담 행위로부터 하루 뒤에 불법행위를 한 데다 학생이 의식을 잃었음에도 즉시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1시간가량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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